농협중앙회 출신이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독식하는 취약한 지배구조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다. 금융감독원은 농협손보 상위 기관이자 중앙회 산하 조직인 NH농협금융지주를 겨냥한 정기 검사에 돌입할 방침이다.
9일 취재 결과 금감원은 오는 20일부터 농협금융을 상대로 부실한 지배구조와 횡령 등 각종 금융 사고 전반에 걸친 점검에 나선다.
농협금융 소속 9개 자회사 중 농협손보 역시 지배구조상 잇단 문제가 제기된 상태로, 특히 서 대표는 보험 경력이 전무한 데다 금융인 출신이 아닌 지역 농협 조합장 출신 인사가 이사회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서 대표가 취임하기 앞선 작년 말 농협 측에 보험업 경력을 고려해 이사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으나 농협손보는 요지부동이었다. CEO와 이사진은 여전히 중앙회와 조합장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만 2년가량 임기를 보내면서 농협 조직 지배구조를 이처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그만큼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당국도 민감한 사안임을 주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측은 "농협손보에 관한 검사 계획 여부나 과정을 별도로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도 "어떤 사안이든 통상 내부 검토와 검사 후 심의를 거친 다음 공시하고 있고, 이 또한 민감한 사안인 만큼 검사 결과(공시)로만 전하겠다"고 했다.
당국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해당 사안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 대표가 농협손보 수장에 오른 후 받아든 첫 성적표가 기대 이하의 '마이너스' 성장인 것은 물론, 내부통제 면에서 조합원과 고객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농협손보의 기초자산은 농업이지만 상품의 본질은 금융"이라고 직격했다. 윤 의원은 또 "농업 전문가와 보험에 대한 이해가 높으신 분들로 균형 있게 인사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중앙회 낙하산' 파장이 이어지면서 농협손보는 실적 하락 속에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올해 1분기 농협손보 당기순이익은 598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789억원) 대비 24.3% 급감했다.
무엇보다 보험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이 경영진을 꿰차면서 향후 실적 전망은 더욱 어둡다는 평이 제기된다. 현행 농협 지배구조상 '중앙회(지분 100% 보유)→농협금융(지분 100% 보유)→자회사' 순이다 보니 전문성과 무관한 인사가 무혈 입성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농협금융은 이사회 구성원 역할로 '기업의 방향성과 건전한 운영 책임'을 정관에 명시했다. 회사의 업무 집행과 관련한 전략적인 방향을 결정하고 경영상 발생하는 위험 요인들을 식별해 적절히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의미다.
서 대표는 이 같은 정관과 동떨어져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 본업에 관한 경력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그는 농협은행 안양시 지부장, 농협중앙회 상호금융대체투자부 부장, 농협중앙회 상호금융기획본부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더욱이 농협손보 비상임이사들은 지역농협 조합장 출신이다. 최종철·정종학 비상임이사는 각각 전곡농협 조합장과 울릉농협 조합장을 맡고 있다. 그중 최 이사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리스크관리위원회 소속이다.
통상 리스크관리역은 재무·금융 전문가를 선임해 대응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보험 및 금융 전문성 두 가지 모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외이사마저 보험업 경력이 없거나 미흡한 것은 마찬가지다. 김두우 사외이사는 언론인 출신으로 청와대 기획관리실장과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인물이다. 다른 한 명인 강선민 사외이사만 한국납세자연합회 운영이사, 한국회계학회 재무이사 등 경력이 있다.
농협손보 이사회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지역조합장 출신과 언론인 출신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농협손보 측은 "농축협 채널 판매 비중이 큰 당사의 특징상 농축협의 이해도가 깊은 조합장 출신의 비상임이사 비중이 크다"며 "앞으로 사외이사 구성에 있어서 보험업 경력도 고려할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