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16일 '2023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금액을 받는 근로자 수가 301만10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체 임금 근로자 대비 최저임금 미만자 비율(미만율)은 13.7%였다.
이는 1년 전인 2022년과 비교해 늘어난 수치다. 최저임금 미만자 수는 2019년 338만6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275만6000명 수준으로 내려왔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2019년 16.5%까지 올랐다가 점차 떨어져 2022년 12.7%를 기록했다.
경총은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른 여파가 누적되면서 노동 시장의 수용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가가 오르는 속도보다 최저임금이 훨씬 더 빨리 인상돼 고용주들이 최저임금을 못 주는 상황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4.1%였던 2001년과 비교했을 때 소비자물가지수는 69.8%, 명목임금은 159.2% 올랐다. 이 기간 최저임금은 415.8% 뛰었다. 10년 전인 2013년 대비로는 물가가 20.0%, 명목임금이 37.7% 오르는 동안 최저임금은 97.9%나 인상됐다.
업종별로는 농림·어업과 숙박·음식점업이 최저임금 인상에 취약했다. 농림·어업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해당 업종 종사자 중 절반에 가까운 43.1%였다. 숙박·음식점업은 이 비율이 3명 중 1명꼴인 37.3%였다. 종사자 수가 10만명보다 적어 비교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가사·육아 도우미가 속한 '가구 내 고용 활동'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60.3%나 됐다.
규모가 영세한 5인 미만 사업장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해당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382만9000명 중 32.7%가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했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에선 최저임금 미만율이 2.2%에 그쳤다.
법정 유급휴일을 반영하면 최저임금 미만자 수는 533만6000명으로 급증했다. 미만율로는 24.3%, 근로자 4명 중 1명에 달한다.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로하면 법적으로 임금의 20%에 해당하는 만큼 급여(주휴수당)를 받고 쉴 수 있다. 하루 3시간씩 5일 근무하면 6일째에 3시간 치 임금을 받고 쉬는 식이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일부 업종과 소규모 사업체에서는 지금의 최저임금 수준도 감내하기 힘들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최저임금 수용성을 높이려면 향후 상당 기간 최저임금이 안정될 필요가 있으며 업종별 경영 환경 차이를 고려해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