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다 보니 정치권이 시끄럽다. 총선을 앞두고 다시 공허한 현금 살포 공약이 나온다. 누구라 할 것 없이 주머니에 돈을 찔러주기라도 하면 좋겠다는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 든다.
기업들은 올해 빗발치는 임금 인상 요구를 어떻게 감당할지 머리가 아프다. 직원들은 돈 값어치가 떨어졌으니 그만큼 더 달라며 아우성이다. 어떤 노조는 지난해 곤두박질친 회사 실적에도 아랑곳 않는다. 기업 주주총회장이나 본사 앞에서는 '돈 내놔라'는 글귀를 담은 트럭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곧 본격적으로 시작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도 난항이 예상된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으로 140원만 더 오르면 1만원이다. 이미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만1800원이 넘는다. 경영계는 업종별로 차등 적용이라도 해야 한다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노동계는 적어도 1만2000원은 요구할 전망이다.
조직률 13% 남짓인 노조는 임금근로자 87%를 배제했을 뿐 아니라 조합원 이익도 갉아먹고 있다. 경제가 감당할 수준 이상으로 임금이 오르면 그만큼 물가를 자극한다. 작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고작 1.4%였다. 올해도 2.4%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런데 5%, 6% 넘는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물가가 비싸서 임금을 올렸는데 경제는 정체돼 있으니 늘어난 현금만큼 물건 값이 더 비싸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외치는 노조가 10만원어치 장바구니를 더 가볍게 한다. 노동이 경제 성장에 기여하기는커녕 성장률을 깎아내리는 주범이 되고 말았다.
기후변화나 국제유가 탓으로만 돌리면 물가를 잡을 방법이 없어진다. 경제 내부에 곪은 부위를 도려내지 않으면 뼈까지 썩는다. 일부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는 것은 아편으로 순간의 통증을 잡겠다는 꼴이다. 당장 아프더라도 필요한 일을 해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