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오는 29일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앞두고 기존 목표액보다 3000억원을 더 넘는 주문을 확보하면서 완판에 성공했다. 당초 국민은행은 3400억원 규모를 발행하려다 지난 21일 열린 수요예측 과정에서 수요가 몰리면서 총 6540억원의 주문을 확보했다.
5년 뒤 조기상환권(콜옵션)을 시행할 수 있는 조건이 매겨진 가운데 금리는 공모 희망 금리(연 3.8~4.4%) 범위에 포함된 연 4.22%, 신용등급은 'AA-(안정적)'로 책정됐다. 국민은행 측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를 5000억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처럼 만기가 없으면서 채권처럼 투자자에게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제공하는 금융상품이다. 그래서 만기가 없는 채권이란 의미로 영구채라고 불리기도 한다.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 채권으로 만기가 없거나 통상 30년으로 긴 대신 수익률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만기가 없기 때문에 은행의 재무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돼 자본 확충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따라서 신종자본증권은 재무제표 개선에 도움 된다는 장점이 있다. 국민은행은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BIS 총자본비율이 기존 17.46%에서 0.15%p가량 상승할 전망이다.
신종자본증권이 채권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데는 금리가 높아서다. 은행 정기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받으면서 투자할 수 있고, 금리가 떨어지면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다. 안정적인 이자 수익이 나오기 때문에 기관 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자의 수요도 탄탄하다.
반면 올해 들어 은행 예·적금 금리는 기준금리(연 3.5%)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에 은행들은 낮은 가산금리(스프레드)로 신종자본증권을 잇따라 발행하며 조달 비용 부담을 해소하고 있다.
앞서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중 올해 가장 먼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신한은행은 수요예측 흥행으로 연 4.19% 금리에 4000억원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본래 2700억원 규모로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3월 수요예측에서 총 7480억원의 수요가 몰리면서 증액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26일 27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다음 달 4일 시행되는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4000억원 규모로 증액될 여지도 있다.
지방은행에서는 BNK부산은행이 지난달 은행권 최초로 신종자본증권 형태의 한국형 녹색채권 1000억원을 연 4.37% 금리로 발행했다. 수요예측에서는 발행 금액의 3배가 넘는 3360억원이 몰려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신종자본증권은 선순위 채권이 먼저 변제된 후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후순위 채권이므로 만약 발행기관이 파산하면 원금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전문가들은 발행사가 대형 금융사일 경우 부실 회사로 지정되거나 파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은 금융사가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하는 성격을 지닌 후순위 채권이라 금리가 높은 것"이라며 "다만 은행 등 양호한 신용등급을 가진 대형 금융사가 발행하는 경우에는 파산을 비롯한 원금손실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