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대규모 신용사면으로 차주들의 신용점수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은행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신규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924.2점으로 전월(919.5점) 대비 4.7점 증가했다. 해당 점수는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 가운데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주력으로 했던 인터넷은행의 신용점수가 크게 올랐다. 인터넷은행에서 지난달 새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평균 점수는 921.6점으로 지난해 12월(866점)보다 55.6점 증가했다.
3사의 평균 신용점수는 △케이뱅크 938점 △토스뱅크 920점 △카카오뱅크 907점 순이었다. 케이뱅크는 시중은행 중 점수가 가장 높은 하나은행(933점)과 비교해도 높았다.
신용 등급은 점수에 따라 분류된다. 종합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1등급 942~1000점 △2등급 891~941점 △3등급 832~890점 △4등급 768~831점으로 3등급까지 고신용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은행들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고신용자도 대출 받기가 어려워졌다.
이는 은행들의 연체율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건전성 관리에 나선 영향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5%대로 2019년 5월 말(0.51%)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다만 3월 들어 적극적인 연체채권 정리(상·매각 등)로 은행 연체율이 0.43%를 기록하며 전월 말보다 0.08%p 하락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으로 관리하도록 주문했다. 은행들도 연체율 상승세에 충당금 등 비용 부담으로 담보대출 위주의 여신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은행권의 대출 심사는 더 깐깐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대출 증가 억제 방침에 맞춰 은행들도 연체율 상승을 막기 위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며 "대출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중·저신용자들의 대출이 축소된 영향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14일 기준 3.83%로 지난달 1일(3.737%) 대비 0.097%p 높았다. 5대 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지난 17일 기준 연 3.34~5.63%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1일(연 3.69~4.90%)보다 하단은 0.35%p, 상단은 0.73%p 증가한 수치다.
차주들의 신용점수가 높아지는 신용 인플레이션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와 고금리·고물가에 어려운 서민과 소상공인 대상으로 연체 기록을 삭제해 주는 대규모 신용사면에 나서면서 평균 점수가 높아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신속 신용회복 대상자(2000만원 이하 빚을 전액 상환한 경우) 298만명 가운데 266만명이 지난달 말까지 전액 상환을 마쳐 신용회복 혜택을 받았다.
또 지난해 말 신용점수 950점 이상 초고신용자는 1314만6532명으로 전체(4953만3733명)의 4분의 1에 달했다. 지난 2020년 말(989만명) 대비 3년 만에 325만명가량 크게 늘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고신용자들은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상위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의 신규 신용대출 중 800점대 이상 차주 비중은 21% 수준이다.
다만 고신용자마저 2금융권으로 밀려나면서 중·저신용자 등 취약 차주에 대한 대출 규모는 줄어들어 이들에 대한 자금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도권 대출의 마지막 보루라고 불리는 대부업계에서도 대출을 줄였다. 금융감독원 자료 분석 결과,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대부업 대출잔액은 14조5921억원으로 전년 말(15조8678억원)보다 1조2757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대부업 이용자 수는 14%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