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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에너지 법안 무더기 폐기···"대규모 정전 발생할 수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유환 기자
2024-05-29 19:51:44

21대 국회 임기 종료되며 법안 자동 폐기

고준위법, 해풍법, 전력망법 모두 사라져

전력망 조성 늦어지며 전력 위기 우려도

해상풍력 발전기 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해상풍력 발전기 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믹데일리]  21대 국회 임기가 지난 28일 본회의를 끝으로 29일 종료됐다. 회기가 끝나면서 그간 발의됐던 법안들도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시급한 처리가 필요한 에너지 관련 법안들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되면서 에너지 정책이 방향을 잃고 표류할 거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대표적인 에너지 법안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법)', '해상풍력 보급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해풍법)',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전력망법)' 등이 있다.

고준위법은 사용 후 핵연료 등 원자력 발전소(원전)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법안이다.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 부지 선정 절차와 추진 의무를 담고 있는데 현재는 관련 법안이 없어 원전 내 수조에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저장하고 있다. 문제는 2030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저장 공간이 포화될 거라는 점이다. 

이에 2021년 해당 법안이 발의됐으나 폐기물 저장 용량을 두고 여·야가 맞서며 처리가 지연됐다. 미래 에너지 정책으로 원전을 점찍은 여당과 탈원전을 추구하는 야당 간 의견 차이 때문이다. 지난 24일 소위원회에서 여·야간 합의점을 찾기도 했지만 '채상병 특검법' 등 정치적 쟁점에 밀려 상임위원회는 열리지도 못했다.

고준위법이 폐기되면 원전 가동에도 경고등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당장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부지 선정부터 주민 동의, 처리장 건설까지 최소 7년 이상 걸릴 걸로 예상되지만 아직 시작조차 못 하고 있어서다. 

22대 국회에서도 고준위법이 재발의 될 걸로 보이지만 법안 처리가 늦어질 경우 원전 가동이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원전은 지난해 국내 전력의 31.6%를 생산했다.
 
대형 송전탑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형 송전탑[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해풍법은 평균 6년 이상 걸리는 해상풍력 발전기 설치 과정을 2년 10개월로 단축하는 법안이다. 국내 태양광 설치 규모는 수익성 악화와 주민 반대 등으로 2020년 이후 감소세에 있다. 해상 풍력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유력한 방안으로 떠올랐지만, 해풍법 폐기로 친환경 발전 드라이브를 거는 데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전력망법은 전력망에 부담을 줄이고 효율화를 꾀하기 위한 법안이다. 현재 전력망 조성에 대한 권한은 한국전력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맡고 있어 추진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다. 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 전력망의 중요성은 증가하는 추세다.

법안은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국가기간 전력망확충위원회'를 신설하고 의사결정 권한을 국무총리급으로 격상한다는 게 골자다. 결정권을 중앙 정부급으로 이전하면 발 빠른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모았지만 국회 소위를 넘지 못하며 폐기됐다.

전문가는 에너지 법안 무더기 폐기에 따라 전력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발전소가 아무리 많아도 송전을 못 하면 의미가 없다"며 "전력망이 제때 갖춰지지 않아 전력 계통이 불안해지면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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