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공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는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를 2022년 23기가와트(GW)에서 2038년 115GW로 5배 늘리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기본은 중·장기적 우리나라의 발전 계획을 담은 운영 지침이다.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해 재생 에너지를 늘린다는 게 핵심 전략이지만 실현 가능성을 두고 한계점도 드러냈다. 재생 에너지는 계절과 기상 환경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발전량이 일정치 않아 전력 관리가 어려운 데다 출력과 주파수의 변동폭도 커 전기의 품질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게 이유다.
이 같은 한계점 때문에 ESS가 주목 받을 수 있다는 게 배터리 설명이다. ESS는 물리적이나 화학적으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시스템이다. 사용하고 남은 전력을 보관하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어 재생 에너지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유용할 것으로 봤다.
11차 전기본에선 2028년까지 21.5GW 규모의 ESS를 추가 설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20피트 컨테이너 1개 크기의 3.2메가와트(㎿)급 ESS가 7000개 가까이 필요한 분량이다. 현재 국내 ESS 설치 규모는 2.3GWh로 추정되는 데 10배 가까이 늘어나야 할 걸로 보인다.
외국에선 이미 재생 에너지 발전 단지 옆에 ESS를 설치하는 게 일반적인 추세다. 미국 에너지 관리청(EIA)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선 미국 내 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가 2020년 0.5GW에서 2022년 8.8GW로 커졌는데 동시에 ESS 설치 규모도 0.6기가와트시(GWh)에서 11GWh로 늘어났다. 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와 ESS 설비 용량이 비례해 오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에선 ESS가 둔화한 전기차 시장을 대신해 돌파구를 열어줄 걸로도 예상했다. 시장조사 기관 SNE리서치는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ESS 시장 규모가 올해 235GW에서 2035년 618GW까지 성장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금액으로 따지면 400억 달러(약 55조원)에서 800억 달러(약 110조원)로 커지는 격이다.
다만 안전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ESS는 충·방전 시 고열이 발생하는 데 배터리의 특성상 화재 발생 위협이 높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ESS 화재 사고가 연이어 6건이 발생하며 안전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