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19일 10시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국내 18개 은행장을 만나 간담회를 갖는다. 이날 간담회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 부산은행 등 13개 사 은행장이 참석한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일부 은행의 내부통제 관리책임에 대해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10일 우리은행은 경남지역에서 근무하는 30대 직원 A씨가 100억원 규모의 대출금을 횡령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12일부터 우리은행 횡령 사고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올해 들어 은행권에서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이 원장은 내부통제 장치 취약성을 지적하며 내부통제에 대한 강도 높은 행동 변화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달 3일부터 금융사 임원 개개인 업무와 책임 범위를 명시한 '책임구조도'가 도입되면서 이 원장이 이와 관련해 은행권의 책임을 강조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일 책임구조도 관련한 지배구조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은행은 내년 1월 2일까지 금융사 임원과 개개인이 담당하는 업무와 책임 범위를 명시한 책무구조도를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또 금융당국이 지난달 연착륙을 위해 발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방안'과 관련해 은행권에 재구조화, 경·공매 등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지난달 "평가 결과 사업성 부족 사업장의 경·공매, 실질적 재구조화 및 정리 등 PF 연착륙 방안에 따른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현장 점검 등 사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가로 현재 진행 중인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자율배상안 관련해 은행권 배상 현황을 확인하고 불완전판매 재발 방지를 주로 논의하고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에서 지난 11일 기준 총 1만4173건의 홍콩H지수 ELS 자율 배상이 이뤄졌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3월 은행연합회 이사회가 초청한 정례회의·만찬에 참석해 은행장들과 회동했다. 이 원장은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홍콩H지수 ELS 자율배상과 관련) 은행장님들께 일언반구 꺼내지도 않았다"고 언급했지만 이후 은행들은 당국 압박에 따라 주주총회를 열어 ELS 배상안을 논의하며 자율배상을 속속 진행했다.
금감원 은행감독국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는 올해 금감원장이 처음으로 주최하는 공식적인 은행장 간담회로, 은행들과 주요 현안에 대해 직접 논의에 나설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서는 준비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농협은행에 이어 우리은행에서도 횡령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내부통제 취약성이 또다시 여실히 드러났다"며 "이 원장 측에서 내부통제 관련해 철저히 단속해달라고 적극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금감원 역시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시중은행과 지방은행·특수은행 등에 협조를 구하는 동시에 금융당국 차원에서 지원 방안을 제시하고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 원장은 지난 4일 취임 2주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은행 권역별 내부통제 기능 강화 방안의 이행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미흡한 점에 대해서는 보완·개선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