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정은보 이사장의 취임 100일을 맞아 '기업가치 제고 계획' 최종 가이드라인·해설서 발표했다. 최종안에는 지난 2일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공개했던 가이드라인에서 △기업 현황진단 내 재무지표 항목 추가 △기업 계획 수립 자율성 강조 △기업 현황진단 내 비재무지표 선정 등의 내용이 추가됐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27일부터 시행되며 준비가 완료된 상장기업부터 바로 공시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처럼 거래소가 야심차게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종 가이드라인까지 공개했지만 여전히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가이드라인이 자율성에 기초하면서 자사주 소각·주주배당 증가분 세제 감면 등 구체적인 인센티브 방안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지적에도 이복현 금감원장과 정 이사장은 지난 16일 금융업계 회장들을 대동하고 미국 뉴욕으로 나란히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제목은 '해외투자설명회(INVEST K-FINANCE : NEW YORK IR)'였지만 사실상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밸류업 홍보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까지 지방자치단체·주요 금융사 등이 공동 개최한 행사에 금감원장과 거래소 이사장 동행은 금융권에서 화제가 됐었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의식한 행동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달 9일 윤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밸류업 실망감을 인지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금융권이 술렁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시장에서 기대하는 강도 높은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라며 "조금만 기다려주면 기업 밸류업을 착실하게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밸류업 정책을 주도하는 기관은 금융위원회, 이행·담당하는 기관은 거래소다. 금감원은 밸류업 관련해 지난 3월 밸류업을 악용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편법으로 홍보하는 사례를 점검하고 적발하는 등의 업무를 진행했다. 지난 2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발표했을 당시에도 금융위와 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이 설명을 담당했고 금감원은 협조 기관이었다.
이에 대해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인구와 소비는 줄어드는데 정권마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기업인을 범죄자 취급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약탈 수준의 상속세를 매겨서 창업자의 재산을 강탈한다는 국민적 인식부터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거래소는 올 3분기부터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 4분기부터 '지수 연계 ETF 등 금융상품'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기업밸류업지원부 관계자는 "시장의 관심과 기대를 고려해 지속적·적극적으로 글로벌 마케팅을 추진(2·3분기)하고, 공동 투자설명회(IR)를 지원(4분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