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공개 초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의견수렴 기관인 한국회계기준원에 제출했다.
ESG 공시로 불리는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는 기업이 경영 활동을 통해 환경이나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수치화해 재무제표나 손익계산서와 같이 공시하게 한 제도다.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는 지난 4월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초안을 마련했다.
KSSB가 만든 초안에는 스코프(scope)3에 해당하는 탄소 배출량은 물론 가족 친화 경영 확산을 위한 정보, 강제 노동 예방을 위한 정보, 산업 안전에 관한 정보 등 정부의 정책 목표 달성이 목적인 내용도 공시 대상 항목에 포함됐다.
한경협은 여러 공시 항목 중에서도 스코프3가 포함된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스코프는 탄소 배출량을 판단하는 범위를 1~3 단계로 구분한 것을 말한다. 스코프3는 기업이 제품을 직접 생산할 때 배출되는 탄소뿐 아니라 부품 조달과 운반, 제품 사용과 폐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까지 따진다.
한경협은 "대기업들도 지속가능성 공시 준비 실태가 천차만별인 데다 1차 적용 대상인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들도 5년 이상 준비 기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경협이 지난 3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10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 도입 시기는 2029년 이후가 적절하다는 응답이 27.2%로 가장 많았다. 처음 정부가 예고한 2026년보다 3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이들 기업의 생각이다.
또한 한경협은 공시 방식과 관련해 법적 부담이 큰 의무공시보다 기업이 스스로 공시 항목이나 수단을 선택하는 자율공시가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자율공시는 허위·부실 정보를 고의로 이용해 부정하게 주식을 거래할 때에만 기업에 법적 책임이 부과되지만 의무공시는 내용이 틀리기만 해도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한경협은 "기업은 지속가능성 공시 시행 자체에 대해 이미 많은 부담을 안고 있다"며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 자체를 목표로 삼지 말고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