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28일부터 29일까지 SKMS연구소에서 'SK 경영전략회의'가 열린다고 전했다. 매년 진행하는 정기 행사이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주요 계열사 사장 30여명이 모였다.
현재 SK는 그룹 차원에서 '리밸런싱(자산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SK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SK온이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누적 적자만 2조5900억원에 이른 영향이 크다. SK는 이번 회의에서 계열사 중복 투자 해소와 실적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 회장의 이혼 소송도 풀어야 할 뇌관이다. 지난 3일 서울고등법원은 최 회장에게 위자료 20억원과 재산 분할 금액 1조3808억원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현금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막대한 현금 마련을 위해 최 회장의 주식 대량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리밸런싱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룹의 위기 상황을 대변하듯 사장단은 아침 6시부터 연구소에 모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8시로 추정되는 회의 시작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현장에 도착해 발표 준비 등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장단은 현장에서 숙식까지 해결하며 29일까지 주요 현안에 대한 마라톤 토론에 나선다. 최 회장은 미국 출장 중이라 회상으로 회의에 참석한다.
회의 장소도 예사롭지 않다. SKMS연구소의 SKMS는 'SK 매니지먼트 시스템(Management System)'의 약자로 1979년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이 만든 경영이념이다. 구성원과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을 핵심 가치로 한다.
연구소는 SKMS를 연구 발전시키기 위한 시설로 지난 2008년 최종현 회장이 직접 가꾼 숲에 세워졌다. 지난해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회의가 열린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위기 상황에 초심으로 돌아가 그룹의 미래를 고민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SK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그룹의 투자 여력 확대와 성장을 위한 전략을 도출하는 데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