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공급망 내 인권과 환경에 대한 실사 이행 후 이를 공시하는 EU의 ‘공급망 실사 지침(CSDDD·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이 지난달 13일(이하 현지시간) 유럽연합(EU) 이사회와 유럽의회의 서명을 끝으로 법적 절차를 마쳐 발효를 앞두고 있다. 코트라(KOTRA) 벨기에 브뤼쉘무역관은 지난 3일 공급망실사지침 발효 임박 소식을 전하며 이 지침이 7월 중 EU 관보에 게재될 것으로 전망했다. 게재 후 20일 뒤부터 발효돼 우리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지침 적용 대상 기업
공급망 실사 지침은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EU 역내 기업 뿐만 아니라 제3국의 역외 기업도 적용되며 적용 기준은 일반 기업과 로열티 수익기업으로 구분된다. 먼저 일반 기업은 역내 기업 중 △연간 전 세계 순 매출 규모 4억5000만 유로 이상 △평균 직원 수 1000명 초과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초대형 기업에 적용된다. 역외 기업의 경우 ‘4억5000만 유로의 EU 역내 순 매출액’만 고려한다.
로열티 수익기업은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또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일정 규모의 로열티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해당 로열티로 인한 수익이 2250만 유로가 넘고 △순 매출 규모가 8000만 유로를 초과하는 경우 적용된다. 다만 최근 2년 연속으로 적용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만 EU 공급망 실사 지침이 적용되며 △역내 기업은 전년도 회계연도 △역외 기업은 전전년도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한다. 이외에 적용 기준에 미치지 않더라도 해당 기업의 최종 모기업이 이 기준을 충족하면 모기업이 실사 지침 직접 적용 대상이 된다. 또한 최종 모기업과 자회사가 모두 실사 지침의 적용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 최종 모기업이 자회사를 대신해 실사를 수행할 수 있다.
◆공급망 범위
기업은 자체 활동(기업 및 자회사), 그리고 자사 공급망에 놓인 공급사, 협력사의 활동에 대해 실사를 해야 한다. 지침에서 규정된 EU의 공급망 범위는 업스트림의 모든 단계를 포함하되 다운스트림 단계에서는 유통, 운송, 보관으로 한정된다. 즉, 제품의 폐기 단계(해체, 퇴비화, 매립 등)와 소비자의 사용 단계는 제외되며, 서비스·금융산업의 경우 예외적으로 업스트림 단계만 적용된다. 예를 들어 한국 휴대전화 제조사는 업스트림 공급사(반도체, 광물, 플라스틱 등)와 다운스트림의 운송 및 유통사에 대해서는 공동 실사를 하지만 최종 단계인 고객에 대해서는 실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책임 및 제재
기업이 고의 또는 과실로 공급망 실사 의무를 준수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한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부과된다. 이때 기업은 해당 손해가 협력사와 공동 인과관계가 있을시 연대 책임을 지게 되며 협력사 단독 책임인 경우 책임에서 면제된다. 제소 가능 기간은 최소 5년이며 소송은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노조, 환경·인권 등 단체들도 가능하다.
위반 시에는 전 세계 순 매출액의 5% 이상을 최대한도로 설정한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벌금 결정시에는 위반의 성격과 영향의 심각성, 부정적 영향 해결을 위한 기업 노력, 이전 위반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기한 내 벌금 납부를 하지 않는 경우 기업명과 위반 내용을 담은 공개 성명서가 발표될 수 있고 공공 조달 입찰에서 배제될 수 있다.
◆적용 시점
지침 특성상 회원국은 발효 시점부터 2년 내 EU 공급망 실사 지침안에 담긴 내용을 국내법에 반영시켜야 한다. 회원국은 국내법에서 실사 지침 기준을 강화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지만 EU 지침의 특정 측면을 제외하거나 범위를 축소할 수는 없다. 다만 지침이 발효되더라도 3~5년의 유예기간이 설정돼 2024년 발효 시 2027년부터 적용이 시작되며 매출 규모가 큰 기업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2027년 적용이 시작되는 기업의 매출 규모 기준은 15억 유로며, 2028년에는 9억 유로, 2029년부터는 기타 적용 대상 기업(4억5000만 유로 매출 기업 및 로열티 수익기업)이 적용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