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글로벌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비만치료제 ‘위고비(Wegovy,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맞고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밝힌 이후 전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17일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비만치료제 시장은 연 24~27% 성장해 총 212% 증가한 50억 달러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위고비는 노보노디스크가 삭센다를 기반으로 2021년 선보인 GLP(Glucagon like peptide,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성분의 주사제형 치료제다. 기존 삭센다는 반감기가 약 12시간이기 때문에 매일 1회 주사해야 하는 불편함이 존재했지만, 반감기가 165시간으로 늘어난 위고비의 출현으로 주사 횟수가 주 1회로 줄어 편의성이 향상됐다.
위고비 덕분에 주사 횟수는 대폭 줄었지만, 여전히 투약 편의성에서 아쉬웠던 제약사들은 먹는 비만약 개발에 돌입했다. 그러나 GLP-1계열 제제는 경구 투약시 흡수 전 분해가 되기 때문에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 때문에 현재까지 비만치료제 시장은 주사제가 독점해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소분자 화합물 방식으로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을 재개하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화이자는 지난 11일 약동학 연구(NCT06153758)의 결과를 바탕으로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인 '다누글리프론'의 1일 1회 제형 개발을 발표했다.
다누글리프론은 화이자에서 자체 개발 중인 후보물질로 GLP-1 수용체 유사체를 소분자 화합물로 개량한 것이다. 혈당을 건강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인슐린 분비량을 증가시키고 글루카곤 분비량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며 음식 소화를 늦추고 식사 후 포만감을 증가시켜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준다.
미카엘 돌스턴(Mikael Dolsten) 화이자 R&D(연구개발) 최고과학책임자(사장)는 “현재 화이자는 비만치료와 관련한 탄탄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며 "개발이 가장 눈에 띄게 진전된 다누글리프론이 1일 2회 복용제형으로 우수한 효능이 입증된 가운데 우리는 1일 1회 복용제형이 경구용 GLP-1 제제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화이자는 앞서 진행 중이었던 1일 2회 복용하는 비만치료제 임상시험을 중단한 상태다. 임상 2b상 시험 당시 구토와 설사 등 부작용이 발생했고 시험 참가자들이 투약을 포기하자 임상 중단과 함께 3상 시험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화이자는 “현재 재개한 1일 1회 복용 용법의 약동학 연구가 진행 중이며, 추후 나올 약동학 데이터에 따라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화이자 뿐만 아니라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오르포글리포론(orfoglipron)'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용 세마글루티드와 GLP-1 및 아밀린 수용체 작용제 '아미크레틴(Amycretin)' △바이킹 테라퓨틱스(Viking Therapeutics)의 GLP-1/GIP 수용체 이중작용제 'VK2735' △스트럭처 테라퓨틱스(Structure Therapeutics)의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GSBR-1290' 등 글로벌 시장에서 비만 치료를 위한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아직 초기단계지만 국내 제약사들도 GLP-1 계열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에 가세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ID110521156'에 대한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프로젠은 자체 개발 중인 주사제 'PG-102'의 경구제제 개발을 위해 미국 라니테라퓨틱스와 협업 중이다. 한미약품은 비만 전주기 관리 프로젝트인 'H.O.P'의 일환으로 경구용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탐색을 진행중이며 유한양행, 종근당, 대웅제약, LG화학 등 다수의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