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위기를 맞았다. 한때 'K-pop 신화'를 이끌며 고공행진하던 주요 엔터주들의 주가가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18일 와이지엔터테인먼트와 하이브는 각각 52주 신저가를 기록했고, 에스엠과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분기 실적 전망도 암울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하이브의 2분기 영업이익은 755억원으로 예상돼 당초 전망치 대비 17.7% 감소했다. 와이지엔터는 더 큰 폭인 54% 하락한 69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에스엠과 JYP 역시 각각 9.16%, 19.52% 하향 조정됐다.
◆ 주력 아티스트 공백기가 발목 잡아
실적 악화의 주된 요인은 간판 아티스트들의 활동 중단이다. 하이브의 BTS는 병역 문제로, 와이지의 블랙핑크는 계약 갱신 문제로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이들 그룹은 각 소속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자산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BTS와 블랙핑크의 공백은 단순히 실적 하락을 넘어 해당 기업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 침체와 글로벌 경기 둔화도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에스엠은 중국 내수 경기 부진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음반 수출액은 1794억원으로 전년 대비 2% 감소했으며, 특히 중국에서의 음반 판매량은 18.7%나 급감했다.
◆ '덩치만 큰' 엔터 기업들...내부 체질 개선 시급
업계에서는 대형 엔터사들의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형 기획사들의 몸집은 커졌지만 여전히 운영 방식은 중소기업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특정 아티스트 의존도가 높고 리스크 관리 체계가 미흡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간의 갈등 사태는 엔터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와 리스크 관리 능력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엔터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업계 전문가는 "엔터 기업들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내부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와 투명한 경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위기 속에서 엔터 기업들의 변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신인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글로벌 시장 다변화를 모색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
에스엠과 JYP는 하반기 신인 그룹 론칭을 앞두고 있으며,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의 완전체 컴백을 준비 중이다. 또한 일본, 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도 힘쓰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지만, 이번 위기를 계기로 더욱 탄탄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주요 아티스트들의 복귀와 함께 기업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주가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엔터 산업의 거품이 걷히는 지금, 진정한 실력과 체계를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