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지난달 30일 세계 최고 사양을 갖춘 GDDR7을 공개했다. 이번 제품은 이전 세대보다 60% 이상 빠른 초당 32기가비트(Gbps)의 동작 속도를 구현한다. 사용 환경에 따라 최대 40Gbps 성능을 낸다.
GDDR D램에서는 1초당 전송되는 기가비트 단위의 데이터를 의미하는 Gbps가 중요한데, 수치상으로 SK하이닉스가 경쟁사들의 같은 제품 스펙 대비 가장 빠른 속도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GDDR D램은 그래픽 카드를 위해 만들어진 고속 메모리다.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지원한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비해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노트북이나 모바일 기기에서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을 원활하게 구동하기 위해선 전력 효율이 좋은 GDDR이 더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SK하이닉스보다 앞서 업계 최초로 GDDR7을 개발한 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최대 속도 32Gbps를 구현하는 제품을 처음 공개한 데 이어 올해 최대 속도 37Gbps 제품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마이크론도 지난해 GDDR7 신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6월부터 GDDR7 샘플링을 시작했다. 구현할 수 있는 최고 속도는 32Gbps로, 국내 기업들보다는 한참 못 미친다.
전력 효율성을 놓고 보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앞서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내놓은 GDDR7의 전력 효율은 전작(GDDR6) 대비 50% 이상 개선됐다. 삼성전자 GDDR7의 전력 효율은 전작 대비 20% 향상된 수준에 그쳤다.
3사 모두 하반기에 GDDR7 양산에 돌입하며 정면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맹추격이 기대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본래 GDDR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양강 구도로 맞붙었으나, 지난해 말 시장 점유율에선 SK하이닉스(42.4%)가 삼성전자(39.4%)를 역전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가 GDDR7 양산 목표 시기를 4분기에서 3분기로 앞당긴 점에서도 이 같은 자신감이 엿보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개발은 가장 늦었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성능은 최고 수준"이라며 "HBM 시장에서 초격차를 확보한 만큼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