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거래소는 13일 저녁 보도자료를 내고 이날 저녁 6시 전력 수요가 94.64기가와트(GW)에 이르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94.51GW로 여름철 역대 최대 전력 사용량을 경신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전력거래소는 전력 수요가 증가한 배경을 두고 "폭염과 열대야 일수가 늘어나며 냉방 수요가 전력 사용량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올해 폭염 기록은 지난 2018년에 이어 역대 2위에 오를 전망이다. 기상청에 의하면 올해 1월 1일부터 8월 13일까지 폭염 일수(최고 기온이 33℃ 이상인 날의 수)는 총 16.1일이었다. 같은 기간 평년 폭염 일수는 8.7일로, 올해가 평년에 비해 1.85배 더 많았다. 지난 2018년의 경우 같은 기간 폭염 일수가 26.7일이나 됐다.
특히 서울은 24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26일 연속이던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긴 열대야다. 1994년에도 올해처럼 24일간 뜨거운 여름 밤을 보냈다. 당분간 폭염이 지속될 거라는 기상청 예보에 따라 역대 최장기간 열대야 기록을 갈아 치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번 전력수요 최고치에서 눈 여겨 볼 부분은 지난 2022년 12월에 기록한 기존 최고치(94.51GW)를 뛰어넘었다는 점이다. 여름철 무더위로 인한 냉방 기기 사용량이 겨울철 난방 기기 사용량을 넘어섰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이 지구온난화로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목소리도 있다.
함유근 서울대학교 환경계획학과 부교수는 "올해 폭염이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10년 전과 비교했을 땐 확실히 영향을 받고 있다"며 "내년이 올해보다 더 더울지는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구온난화로 인해 폭염 일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 당국은 전력 사용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 발전량을 크게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걸로 보인다. 지난 12일 여름철 전력 사용량 신기록을 세웠을 당시 전력 공급 능력은 102.84GW, 전력 예비율은 8.8%였다. 반면 13일엔 공급 전력 104.76GW, 예비율 10.7%로 각각 1.92GW와 1.9%p 올랐다. 하루 만에 GW급 추가 공급이 가능한 발전원은 사실상 액화천연가스(LNG)가 유일하다.
함 교수는 "전력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LNG 발전을 늘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탄소 배출이 늘어나는 셈이 된 만큼 미래를 가불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