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협회와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이 4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2024년 해운시황 분석 및 전망'을 주제로 진행한 세미나에서 이호춘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연구본부장은 이 같이 말하며 “전문가들도 최대 한 달에 대한 전망만 내놓을 수 있다”며 불확실한 시장 상황을 전했다.
그는 또 “과거 컨테이너 운반선 시장 운임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만 변동하는 안정적인 시장이었는데,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물류 공급망이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운임이 급등한 이후 컨테이너선 시장은 불안정한 구조를 현재까지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은 한마디로 '예측 불가'다. 대표적인 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30일 기준 2963.38p를 기록하며 3개월 만에 3000p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4월 중순을 기점으로 홍해 사태 등 지정학적 영향으로 해상 운임이 급등하면서 지난 7월 3700p를 넘어선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남아프리카 희망봉 항로를 제외한 모든 항로 운임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선박들은 현재 홍해 사태 여파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피해 홍해~수에즈 항로 대신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해 운항 중이다. 지정학적 여파를 제외한 나머지 항로들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SCFI가 하방 압력을 받는 이유는 컨테이너선 공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해 대비 4.7% 증가하지만 선복량은 11.1% 늘 것으로 전망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넘어섰다. 팬데믹 시기 급증한 선박 발주로 올해 인도되는 선박량은 317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이르는 반면, 해체량은 상대적으로 적은 9만TEU에 불과하다.
이 본부장은 “아시아~유럽 항로는 중국 명절을 앞둔 시점에서 예상보다 수요가 저조하지만 선사들은 추가 선박을 투입할 예정이어서 운임이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팬데믹 동안 발주된 물량이 올해 쏟아져 나오면서 선박 공급 과잉 상태인 것은 맞지만 지정학적 영향으로 그 효과가 예측보다 미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