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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단독] 삼성·LG, 때아닌 날벼락?…中 '물류 밀어내기'에 북미行 '좌절'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고은서 기자
2024-07-31 07:32:07

삼성, 최근 멕시코향 선박 취항 포기

中, 고관세 정책 앞두고 물량 싹쓸이

비용 감수 후 북미행 컨테이너 독점

"선사들 대화주 SC 계약 속속 파기"

가전업계, 물류대란 재현될까 우려

멕시코 케레타로에 위치한 삼성전자 가전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멕시코 케레타로에 위치한 삼성전자 가전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이코노믹데일리] 최근 국내 가전업계가 중국발 '물류 밀어내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의 무역 제재를 앞둔 중국이 물량을 소화할 컨테이너선 싹쓸이에 나서면서 해상 운임료까지 끌어 올리자 삼성전자 등은 2분기 북미시장을 사실상 포기했다. 업계에서는 물류비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됐던 팬데믹 당시 물류대란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도 제기된다.

30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가전제품을 싣고 멕시코로 향하는 선박 취항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이 거액의 웃돈을 얹어가며 동아시아 선사들의 컨테이너선 물량 가로채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웃돈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기본 운임료의 3배 이상에 이르자 삼성전자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멕시코행 취항 자체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는 중국이 컨테이너선 물량 선점을 시작한 시점을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높이겠다고 발표한 지난 5월로 보고 있다. 미국이 대(對)중국 관세 정책을 내놓은 때다. 당시 미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8월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4배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중국은 미국으로 향하는 수출 물량을 급격히 쏟아냈고 한국의 화주들이 제품 운송을 위해 예약할 수 있는 빈 배까지 가로챘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고관세 정책이 개시되기 전에 빨리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하나라도 더 보내자' 식으로 컨테이너에 물건을 가득 싣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중국 내 산업 재고 규모는 16조6940억 위안(약 3173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의 이커머스 공습도 컨테이너선 자리 사재기에 한 몫 했다. 초저가 제품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이들 업체는 전 세계에 중국산 제품 열풍을 일으켰다. 관세가 오르기 전 중국산 제품을 빠르게 확보하려는 미국 수입업자들의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컨테이너 독점 사태를 부추겼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전 세계 컨테이너 박스 물량은 정해져 있는데 컨테이너선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알리나 테무 제품이 물량을 전부 독식 중"이라며 "통상 대형 컨테이너선들은 중국에서 50∼60% 물량을 싣고 한국을 거친 후 미주 시장으로 돌아가는데, 중국이 화물을 가득 실어버리는 탓에 선사들이 한국을 안 거치고 이동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중국의 컨테이너선 확보로 불똥이 튄 건 국내 가전업계다. 가전은 제품 특성상 크기가 크고 무거워 대부분 비행기가 아닌 선박을 이용해 운송하기 때문이다. 통상 한국에서 가전제품을 북미까지 선박으로 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두 달 정도다. 

그러다 보니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대(大) 화주는 많은 물량을 보내기 위해 선사와 6개월, 1년 단위의 장기운송(SC) 계약을 맺는다. 운임을 우대해주는 대신 일정 기간 규칙적으로 물건을 싣고 출항하는 방식이다. 해운사는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수 있고 화주는 저렴한 가격에 컨테이너선을 점유한다는 장점이 있다.

구 협회장은 "최근에 중국발 물량이 폭증하면서 운임이 계속해서 오르니까 선사들이 대화주와 맺은 SC계약을 파기하고 중국 기업 예약을 우선으로 받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제 물류비는 급격히 상승했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말 1000대에서 이달 12일 3674.86까지 치솟았다. 3.7배가량 증가한 수치로, 3000선을 돌파한 것은 2022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26일 기준 SCFI는 3447.87로 14주 만에 상승세를 멈추며 진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3000선대에 머물러 있는 만큼 안심하기엔 이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물건을 보내려면 현재 할 수 있는 건 프리미엄 부킹 뿐인데 기본 운임료의 두 배 이상이고 그마저도 중국이 독차지하고 있다"며 "가전 수요는 전 세계 시장 중 북미에서 가장 많은 만큼 중국은 프리미엄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제품을 내보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국내 가전업계는 팬데믹 당시 물류대란이 재현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물류비 부담이 하반기 매출에 고스란히 반영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운반비는 714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144억원) 대비 72% 늘었다. LG전자의 운반비는 올해 1분기 6914억원으로 전년 동기(6904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2022년 각각 운반비가 3조원, 4조원에 육박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 물류비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된 전례가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더 우려하고 있다"며 "특히 실적 개선세를 타는 이 시점에 계절·혼수 가전 수요가 늘어나는 북미 시장의 하반기 '골든타임'을 놓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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