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9일 현재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159ℓ) 당 72달러(약 9만6800원)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경질유(WTI)는 지난 6일 각각 배럴 당 71달러(약 9만5500원), 68달러(약 9만1400원)를 기록하며 역시 가격이 내려앉았다.
두바이유 가격이 70달러 선에 근접한 건 지난해 3월 이후 1년 6개월만이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넘게 장기화했음에도 국제 유가 하락세가 이어졌다.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의 고용 지표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6일(현지시간) 비노동업 부문 고용이 14만2000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시장 추정치인 16만5000명을 하회해 고용·소비 시장이 경직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키웠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며 평년보다 원유 소비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주간 재고 동향을 통해 지난달 말 기준 휘발유 총량이 2억1914만 배럴로 전주 대비 약 80만 배럴 증가했다고 알렸다.
악재가 겹치며 정유사의 핵심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도 최저점까지 내려온 상태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국제유가를 제외한 값을 말한다. 정유사가 수익을 남기기 위해선 정제마진이 4~5달러 선이어야 하는데, 이달 초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이 1달러 선까지 내려온 걸로 알려졌다.
여기에 정유사 입장에선 원유 가치가 내려갈 경우 재고평가손익 측면에서도 손해를 본다. 재고평가손익은 재고 가치 등락에 따라 평가되는데, 비싸게 산 원유가 싸질 경우 그만큼 손해로 돌아온다.
정유업계의 올해 전반적인 실적은 미국 시간으로 오는 17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인하 여부와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따라 갈릴 걸로 보인다. 금리 인하 폭이 가파를 경우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 원유 수요가 커질 수 있고, 대체로 대통령 선거 이후엔 정치적 불확실성이 낮아져 기업 투자가 늘어나는 흐름을 보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경기는 등락을 반복하기 때문에 언젠가 수요는 올라올 걸로 본다"며 "수요가 다시 올라오면 정유사 실적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