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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 조병규 "수사 결과 지켜봐야"…횡령 '사과' 부당대출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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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다혜 기자
2024-09-12 17:22:07

부당대출 사태 관련 직접 언급은 처음

당국 조처 따라 차기 행장 승계도 변수

지난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한 조병규 우리은행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한 조병규 우리은행장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태를 놓고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앞서 연이은 횡령 사고에는 공개적인 사과를 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행장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 전 회장 부당대출 사태 관련해) 수사와 조사를 잘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 임직원들이 성실하게 (수사 및 조사를) 잘 받고 있으니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그때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 행장이 해당 사태와 관련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조 행장은 지난 2022년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700억원 규모 횡령 사고 후 2년 만인 올해 6월 또다시 100억원 규모 횡령이 발생하면서 같은 달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공개적으로 사과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우리은행을 사랑해 주시는 고객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리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히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했다.

이후 지난 7월 우리은행은 상반기 정기인사를 통해 내부통제 업무를 책임지는 준법감시인을 전격 교체하면서 쇄신 의지를 보였다. 조 행장이 평소 강조해 온 '탁월한 성과에는 분명한 보상, 부진한 성과에는 단호한 책임'이라는 성과 중심 인사 원칙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조 행장은 기존 행보와 다르게 이번 부당대출 관련해서는 조금 더 신중을 기했다. 금융당국이 고강도 검사 중인 데다, 차기 은행장 승계를 앞두고 본인 의중이 담긴 메시지를 강하게 전하는 건 지양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금융의 부당대출 사태와 관련해 현 경영진의 심각한 책임을 언급하고, 조직 대응책에 대해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금융 정기검사를 지주와 은행에서 전 계열사 대상으로 확대한 데다 시기도 앞당겼다.

앞서 금감원은 우리은행을 현장 검사한 결과 지난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20개 업체, 42건에 걸쳐 616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8건, 350억원 규모가 특혜성 부적정 대출이란 혐의를 받는다.

이와 함께 현 수장들의 책임론도 부각됐다. 이번 부당 대출은 임 회장과 조 행장 취임 후 발생한 건들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지난해 3월, 조 행장은 지난해 7월 취임했는데 해당 대출은 올해 초까지 이뤄졌다.

금융당국 조처에 따라 차기 은행장 승계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우리금융은 은행 고위 임원과 주요 계열사 CEO들을 행장 후보군으로 관리하고 있어 통상 계열사 CEO가 우리은행장으로 영전하는 사례가 많았다. 우리금융캐피탈 CEO를 역임했던 조 행장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연말 CEO 임기 만료를 앞둔 은행권은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내놓은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 하에 이달 말부터 승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모범관행에 따르면 CEO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승계 과정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부당대출 의혹에 연루된 손 전 회장의 처남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지난 7일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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