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일부 임대사업자들이 임대보증금 보증에 가입하면서 주택가격을 산정할 때 감정평가기관과 결탁해 감정평가액을 부풀리고 전세사기에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정부가 공시가격을 원칙으로 주택가격을 산정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어쩔 수 없이 감정평가가 필요한 경우에도 임대사업자가 아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보증기관이 의뢰한 감정평가기관의 평가 결과를 따르도록 했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이 같은 내용의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10월30일까지 의견을 수렴 중이다.
국토부는 지난 6월 임대보증체계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며 전세사기 위험이 높은 '무자본 갭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주택가격에 공시가격 126%룰을 우선 적용하는 등 가입 기준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는 "감정평가액을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 산정한 결과를 바탕으로 임대보증금 보증에 가입해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하고 보증기관의 대위변제액이 급증하고 있다"며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을 위한 주택가격 산정 시 원칙적으로 공시가격 인정비율을 적용하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 감정평가액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되 구체적인 요건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임대보증금 보증은 임대사업자가 부도 등의 사유로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보증상품으로, 보증기관으로는 HUG와 SGI서울보증이 있다.
현재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감정평가법인이나 감정평가사를 통해 산정한 평가액, 공시가격,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테크 시세, KB시세, 안심전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시세 하한가 등을 통해 주택가격 산정방식을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임대사업자들은 상대적으로 공시가격보다 높게 주택가격이 산정되는 감정평가금액을 선호하고 이후 보증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보증기관이 더 높은 금액의 대위변제금을 물어내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에 국토부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가 없어 참고하기 어렵거나 주변 시세와 큰 차이를 보이는 등 보증 가입시점의 주택가격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는 불가피한 경우에만 감정평가액을 활용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전세반환보증과 동일하게 기준을 맞춘다는 취지에서다.
임대사업자가 이의신청을 해 보증회사가 인정한 경우로 한정되며 이 경우에도 보증회사가 의뢰한 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 결과를 활용해야 한다.
정부는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2020년 8월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을 의무화했다. 시행은 1년 유예돼 실제로는 2021년 8월부터 전면 의무화됐다. 임대보증금 보증에 가입하지 않은 임대사업자에게는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23일 기준으로 130여 건의 의견이 제출됐다. 임대사업자들의 반대의견이 다수를 차지한다.
한 등록임대인은 "고금리에 126% 룰에 이어 또 다시 임대인을 몰아붙이면 임차인도 힘들어진다"고 토로했으며 다른 등록임대인은 "감정평가 기관의 눈치보기로 인해 감정가액이 적게 나온 경우 영세 민간임대사업자의 도미노 파산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