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 8일 3분기 잠정 실적으로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을 거뒀다고 공시했다. 시장 컨센서스(추정치)인 매출 80조7800억원, 영업이익 10조4000억원보다 각각 1조원가량 낮은 수치다. 삼성전자는 31일 경영실적 설명회를 통해 사업별 실적 등 세부 사항을 공개할 예정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3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매출 17조5700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 18조400억원, 영업이익 6조7600억원이던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 실적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반도체 부진이 어닝쇼크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현재 삼성전자 매출은 가전·모바일폰 등이 포함된 디바이스경험(DX)부문과 반도체인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양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직전 2분기 실적을 보면 총매출 74조700억원 중 DS부문이 38.6%(28조5600억원)를 차지했다. 총영업이익도 10조4400억원 중 DS부문이 61.8%(6조4500억원)나 됐다.
해당 비율을 삼성전자 3분기 잠정 실적에 대입해 보면 DS부문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30조4940억원, 5조6238억이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만 하는 SK하이닉스에 비해 턱없이 낮다. 특히 영업이익률만 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18.4%로 40.0%인 SK하이닉스의 2분의1 수준이었다.
시장은 삼성전자 DS부문 부진의 원인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 정체를 지목했다. DS부문은 저장장치 D램과 낸드플래시가 속한 메모리,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 등이 포함된 비메모리로 나뉘는데 이 중 메모리 반도체가 DS부문 전체 매출의 60~70%를 담당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가 지난 1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PC용 D램과 모바일용 낸드플래시 가격이 전월 대비 각각 17.1%, 11.4% 감소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D램, 낸드플래시 가격과 마진이 중국 업체들의 추격으로 떨어졌을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메모리에서 고정 수입을 올리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호실적을 냈다. HBM은 방대한 데이터 처리에 특화된 D램으로 일반 D램보다 3~5배 비싼 걸로 알려졌다. 특히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생산·처리해야 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에 최신형 HBM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을 받는 삼성전자와 대조된다.
파운드리 사업부의 부진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의 적자 2조9490억원 중 약 2조원 손실을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냈을 걸로 보고 있다. 첨단 공정인 3나노(㎚·1㎚=10억분의 1m) 역시 양산에 돌입한 지 3년이 지나고도 대규모 수주 소식을 전하지 못해 올해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그 사이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 TSMC는 최근 3분기 영업이익으로 101억1000만 달러(약 13조8200억원)를 벌었다며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에 부정적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의 대(對)중국 첨단 반도체 통제와 TSMC의 '중국 리스크'가 대표적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최근 TSMC가 중국 화웨이와 첨단 AI 반도체를 거래했다고 보도했다. 미 상부무가 2019년부터 화웨이 등 중국 내 주요 반도체 업체를 수출 통제 명단에 올린 터라 TSMC에 제재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TSMC와 긴밀한 관계인 엔비디아를 비롯해 미국 빅테크의 러브콜이 쏟아질 수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실적 부진으로 떨어진 직원들 사기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던가 사기를 올릴 수 있는 행동을 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