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2분기 말 대비 18조원 늘어난 1913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공표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증가 폭도 2021년 3분기(35조원) 이후 가장 컸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이나 보험사 등 금융기관을 통해 받은 대출액과 결제 전 카드 사용 금액(판매신용)을 더한 금액으로 포괄적 가계 부채에 해당한다. 3분기 가계신용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견인했다. 주담대 잔액은 1112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9조4000억원 늘었다.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683조7000억원으로 3조4000억원 감소했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늘면서 주담대 증가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은행에서 가계대출 증가 폭이 컸다. 주담대는 22조2000억원, 기타 대출은 5000억원 증가했다. 상호금융과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주담대가 9000억원 늘었지만, 기타 대출은 2조6000억원 감소했다. 보험과 증권, 자산유동화회사 등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4조9000억원 줄었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신용공여액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은 측은 가계대출 관련 금융당국의 정책과 은행들의 관리 기조 강화에 따라 당분간 대출 증가세는 둔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민수 팀장은 "당국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등 거시 건전성 정책과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등으로 9월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했다"며 "수도권 주택 거래 증가 속도도 더뎌진 만큼 주택거래에 1∼3개월 후행하는 주담대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당분간 대출 증가세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 연초 설정한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지난 8월에 이미 초과한 데다, 미리 대응하지 않고 하반기가 돼서야 뒤늦게 대출 금리를 급히 올리는 등 고객들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켰단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도 매번 오락가락한 지침으로 혼란을 부추겼단 의견도 제기된다.
무조건적인 대출 조이기보단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와 관련 보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 지침에 따라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실수요자나 금융 취약계층에 피해가 안 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