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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상법 개정 논의 '도화선' 됐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임효진 기자
2024-11-26 07:00:00

금융당국 승인까지 4개월…주총 마지막 관문

소액주주의 반발과 '신 동학개미운동'의 시작

정치권과 재계 갈등, 상법 개정안에 쏠린 시선

행동주의 펀드와 개인 투자자들의 움직임 강화

두산에너빌리티 주총 소액주주의 결정이 분수령

사진두산
[사진=두산]
[이코노믹데일리]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지난 22일 금융당국의 문턱을 넘었다.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리해 두산로보틱스에 편입하는 두산그룹의 사업 재편 방안이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으면서다. 이날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은 두산로보틱스가 지난달 12일 제출한 6차 정정신고서에 대한 효력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7월 두산이 합병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4개월 만이다. 그 동안 두산로보틱스는 자진 기재 정정을 포함해 총 7차례 증권신고서를 보완·제출했다. 금감원 승인을 받으면서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주주총회만 통과하면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마무리된다.

금감원의 승인으로 두산은 원하는 결과를 받아 들었지만,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바로 상법 개정안 논쟁이다. 
전문가들은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 논란이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안 논의에 불을 붙인 역할을 했다는 데 공감했다.

국내 주식시장을 지탱하는 동학개미운동이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주주 권리를 찾기 위한 ‘신(新) 동학개미운동’으로 변주에 나섰고 이들이 상법 개정안 논의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25일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자본 거래에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가 상충되는 전형적인 사례”라며 “두산에 국한된 단발성 이슈로 봐선 안 된다. 각 기업의 소액주주가 열심히 활동하기 시작한 건 3~4년 정도 됐고 두산은 일종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분할합병은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밸류(기업가치) 차이가 너무 커 논박의 여지가 없으니 사람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너무하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동안 상법 개정을 두고 대립각을 세운 건 법안을 쥔 더불어민주당과 과도한 경영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하는 재계였다.
 
지난 19일 민주당이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를 다해야 하는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자 이틀 뒤인 21일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주요 기업 사장단이 속한 한국경제인협회는 민주당의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한경협은 성명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많은 기업들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려 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기업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고 우리 증시 밸류 다운으로 귀결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금감원 문턱을 통과한 날 야당과 함께 소액주주들은 각자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상법 개정을 두고 공개 토론을 하자고 재계에 제안했다. 경제계의 상법 개정 반대 성명에 토론을 통해 국민 판단을 받자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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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소액주주행동 플랫폼 ‘액트’와 주주연대 대표들은 ‘한경협 사장단 긴급 성명에 대한 반론’ 기자회견을 열었다. 액트 운영사 컨두잇의 이상목 대표는 “엄중한 경제상황 극복과 주주의 이익 보호는 상충되는 명제가 아니며, 후자는 전자의 전제 조건”이라며 “한국 재벌은 다른 주주의 손해 없이는 경영할 수 없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액트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서에 주주들의 서명을 다음달 5일까지 받아 각 기업 사장단에 내용증명 형태로 전달할 예정이다. 최소 2만명의 서명을 받는 게 목표다. 25일 오후 3시 현재 총 3633명의 주주가 서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연대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소액주주들이 불공정한 합병 비율로 피해를 보게 됐다”며 “상법 제382조의3이 소액주주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주주연대 구성원은 3500여명으로 지분 약 1.6%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지난달 15일 확보한 두산밥캣 지분 1%를 앞세워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포괄적 주식교환 영구 포기 선언을 요구하는 등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얼라인은 지난 17일에도 두산밥캣 이사를 상대로 위법행위 유지청구를 진행했다.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을 위반해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 1%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는 이사가 그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는 상법 제402조를 근거로 했다. 얼라인은 이 청구가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이사 개개인에 대한 주주 대표 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산의 분할합병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주총과 주식매수청구권이란 관문만 남은 가운데 소액주주 비중이 약 65%인 두산에너빌리티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결정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태준 액트 소장은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가 반대를 하고 개인 투자자들 상당수가 반대 투표를 해야 이기는데 이 같은 열풍이 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도 “국민연금이나 개인 주주들이 반대를 하면 (합병안이) 부결될 수 있다.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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