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로 수입된 열연강판은 총 342만 7537t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22만t보다 수입 물량이 줄어들었지만 자국 시장보다 낮은 가격에 수출되는 중국·일본산의 시장 교란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중국과 일본산 제품이 국내로 들어오자 한국에서 유통되는 열연강판 가격은 2022년 7월 t당 122만원에서 최근 82만원으로 32.8%나 하락했다. 국내로 유입되는 일본·중국산 열연강판 규모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열연강판은 그 자체로도 사용되지만 후공정 과정을 통해 자동차용 강판, 파이프 등 강관재, 건축 자재 등으로 만들어져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중간재 성격의 철강재다. 국내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열연강판을 생산한다.
외국산 저가 철강재가 범람하며 철강사들의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제철은 올해 337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 된다. 지난해 8073억원보다 절반 넘게 감소한 수치다.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해 철강 업계는 중국산 후판에 이어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에 나섰다. 현대제철은 지난 3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후판 제품 뿐만 아니라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산업 피해 심각성에 관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며 적극적으로 반덤핑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 역시 “불공정무역 행위에 따른 수입재 규제는 당연히 시행해야 한다”며 반덤핑 제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덤핑 관세 제도는 외국 물품이 수출국 내 시장 가격 이하로 판매돼 해당국 내 산업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을 경우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무역 구제 제도다. 덤핑을 막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로는 수출 중지, 관세 부과 등이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7월에 중국산 저가 후판을 상대로 반덤핑 제소를 진행했고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는 지난 10월부터 조사에 들어갔다. 이르면 내년 1월 관세 부과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철강 산업 통상 환경 변화 및 대응 방안’ 세미나에서 “불공정 무역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적절한 무역 규제를 추진하는 동시에 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한 법 제도 개선 강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