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최근 도시정비사업 현장에서 수의계약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건설 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부담 증가와 고금리 장기화 속에서 건설사들이 치열한 수주 경쟁 대신 ‘선별 수주’ 기조로 돌아선 결과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시공사 간 출혈 경쟁을 피하고 수주 과정에서의 추가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의 대표 재건축 사업지인 서초구 신반포4차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달 29일 조합 총회를 통해 시공사로 최종 낙점됐다. 이번 사업은 잠원동 70번지 일대 9만2000여㎡ 부지에 지하 3층부터 지상 48층까지 7개 동 1828가구를 조성하는 대규모 재건축 사업으로 공사비는 약 1조310억원 규모다.
해당 사업은 지난 2월 진행된 1차 입찰에서 삼성물산만 참여해 유찰됐다. 이어 진행된 재입찰에도 경쟁사가 나타나지 않자 결국 수의계약으로 전환돼 시공사를 확정짓게 됐다. 현행 도시정비법은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2곳 미만일 경우 유찰로 간주하며 두 차례 입찰에도 단독 참여일 경우 조합이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방에서도 수의계약 전환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부산 동래구 명장2구역 재개발 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3차 입찰을 실시했으나 참여 건설사가 한 곳도 없어 또다시 유찰됐다. 명장2구역은 명장동 300-55번지 일대에 지하 3층에서 지상 34층 규모 아파트 1137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지난해 7월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등 빠르게 진행되어 왔지만 시공사 선정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합은 향후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 선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는 이 같은 수의계약 방식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 자재 가격과 인건비의 동반 상승, 금리 부담, 부동산 경기 위축 등 복합 악재로 인해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확실한 사업장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공사비지수에 따르면 2020년 이후 공사비는 약 27.6% 상승했다. 2020년 지수 100을 기준으로 2021년에는 117.37, 2022년 125.33, 2023년 9월에는 130.45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시중노임단가는 27만4286원으로 2021년 9월 대비 16.31% 상승했다. 인건비는 전체 공사 원가의 약 40%를 차지해 건설사 수익성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자재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부담과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 탓에 무리한 수주 경쟁을 지양하고 있다”며 “사업성이 분명한 현장에만 전략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선별 수주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사들이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불확실성 속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사업성이 낮은 지방의 중소형 정비사업 단지는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