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발제를 맡은 김창욱 BCG MD파트너는 “미국이 선도하는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한국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GPU 인프라 비용이 막대한 만큼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고 GPU를 임대해 주는 방식도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로 대규모 데이터로 사전 학습된 범용 모델을 말한다. GPT, Claude, PaLM, LLaMA 등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작업을 별도 파인튜닝(추가 학습) 없이도 수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 모델 학습에는 수십만개의 고성능 GPU가 필요해 연산 자원과 에너지 소비가 막대해 소수 국가와 기업만이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마틴 초르젬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파운데이션 모델 학습에 필요한 GPU 인프라만 해도 10만~20만개에 달한다”며 “한국은 미국과 협력해 하드웨어 기반을 확보하고 AI 서비스나 응용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초르젬파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강점으로 ‘AI 확산 규칙’을 꼽았다. AI 확산 규칙은 미국 정부가 특정 국가로 AI 반도체 및 관련 기술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말한다. 미국은 2022년 이후 미국은 첨단 GPU 등 AI 학습용 반도체가 중국 등 국가에 수출되는 것을 제한하면서 한국, 일본, 네덜란드만 예외국으로 지정했다.
예외국의 장점은 다양하다. 우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에 AI 데이터센터나 연구개발 거점을 설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산 AI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도입할 수 있어 AI 모델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응용 중심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에도 유리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주요 생산국으로 자리 잡고 있는 점도 강점으로 지목했다. AI 반도체 수입 제한이 없는 예외국인 동시에 핵심 부품인 HBM 생산 역량을 갖춘 만큼 미국의 AI 기술 확산 전략에서 한국은 중국 등 경쟁국보다 유리한 환경에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마이크 예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 총괄도 “한국은 HBM 등 AI 학습에 필요한 필수 반도체의 주요 공급국”이라며 “미국과의 상호보완적 협력이 강화될수록 AI 기술 확산 속도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선 AI뿐 아니라 반도체 제조 부문에서도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미국이 추구하는 무역적자 해소와 자국 내 제조 확대는 한국과의 산업 협력을 통해 현실화할 수 있다”며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양국 간 전략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