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각에서는 무신사가 지난해 매출 1조원 달성과 흑자 전환을 이뤄냈음에도 비상경영을 선포한 데 대해 IPO(기업공개) 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재무 건전성과 안정성을 다지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18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박준모 무신사 공동대표는 지난 15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타운홀 미팅에서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했다.
박 대표는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 “여러가지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무신사가 임하는 비즈니스의 복잡도도 높아지고 있어서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상경영의 기간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며 “과감한 투자와 잘 짜인 계획대로 실행해 나간다면 현재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신사는 비상경영 기간 동안 임원들에 대해 주말 출근을 지시하고 조직별 슬림화를 통해 운영 효율화를 꾀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무신사의 비상경영 선포가 IPO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 보고 있다. 최근 소비심리가 둔화되고 투자심리 위축이 장기화되는 만큼 허리띠를 졸라맨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에 이어 2·3분기 실적이 목표치에 미달될 경우 IPO 절차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신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2427억원으로 전년 대비 25.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028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연간 거래액은 4조5000억원에 달한다.
무신사의 IPO 여정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무신사의 외부 지정 감사인으로 안진회계법인을 선정했다. 지난 3월에는 처음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사내이사 규모를 줄이는 등 이사회 구성에도 변화를 줬다.
이사회 소속 10인 중에서 사내이사는 조만호 대표, 박준모 대표, 최영준 CFO(최고재무책임자)까지 3인이며 나머지 7인은 사외이사 3인, 기타비상무이사 4인의 체제를 갖췄다.
증권가에서는 금감원 지정 감사, 사외이사 선임, 제안요청서 배포 등의 순서를 통해 IPO가 진행된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신사가 올해 상반기 상장 주관사 선정에도 착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무신사의 몸값은 4조원대로 거론되고 있다. 유럽 사모펀드(PEF) EQT파트너스는 최근 무신사에 약 200억~300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막바지 조건 조율에 나섰다. 초기 단계에 무신사에 투자한 국내 중소형 벤처캐피탈(VC)들이 보유한 구주를 인수하는 구조다.
앞서 무신사는 2023년 KKR과 웰링턴매니지먼트로부터 시리즈C로 2400억원 투자를 받으며 몸값을 3조5000억원까지 인정받은 바 있다. EQT파트너스 측은 소수 지분 투자로 회사 측과 교감을 쌓은 후 추후 추가 투자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