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대형 건설사들이 서울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사옥을 옮기고 있다. 장기화되는 건설 경기 침체와 함께 광화문 등 도심권 오피스 임대료가 오르자 고정비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가장 빠르게 이전을 추진하는 곳은 DL이앤씨다. DL그룹은 올해 하반기부터 모든 계열사를 순차적으로 강서구 마곡지구 ‘원그로브’로 옮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울 종로구 디타워 돈의문에 있는 DL이앤씨도 오는 10월께 마곡으로 본사를 옮길 예정이다.
원그로브는 마곡도시개발지구 내 특별구역(CP4)에 들어선 업무용 복합시설이다. 지하 7층에서 지상 11층까지 4개 동으로 구성돼 있고 연면적은 약 46만3000제곱미터에 달한다. 여의도 국제금융센터에 맞먹는 규모다.
DL이앤씨는 지난 5년간 디타워 돈의문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계약은 올해 말까지였고 연장도 검토 중이었다. 이 건물은 2020년 마스턴투자운용이 조성한 펀드를 통해 매입했으며 당시 DL도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그러나 현재 디타워 소유권이 NH농협리츠운용으로 넘어간 뒤 임대료를 50퍼센트 올려달라는 요구가 나왔고, 동시에 현금 확보 필요성까지 높아졌다. 이에 따라 DL은 해당 지분을 매각하고 약 13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반면 원그로브는 광화문 일대보다 임대료가 절반 이하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계열사들을 한곳에 집결시키면 업무 효율은 물론 시너지 제고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롯데건설도 같은 맥락에서 본사 이전을 추진 중이다. 현재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본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새로운 후보지는 마곡지구 내 ‘르웨스트 시티타워’와 ‘케이스퀘어 마곡’이다. 두 곳 모두 롯데건설이 지분 투자에 참여한 곳으로, 직접 입주해 임대료를 절감하고 공실 위험까지 낮추려는 전략이 담겨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오는 2027년 하반기 본사를 종로 수송동에서 영등포 양평동으로 옮긴다. 자회사인 SK에코엔지니어링도 함께 들어가 통합 사옥을 꾸릴 예정이다. 이 건물은 자사가 시공을 맡은 곳으로, 이미 5년 이상 임차 계약을 선체결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사옥 이전에 나선다. 현재 위치한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노원구 광운대역세권 인근으로 본사를 옮길 예정이다. 대기업이 본사를 해당 지역에 두는 것은 이례적이다. 광운대역 일대는 현산이 시행과 시공을 직접 맡은 대형 복합개발지로, 사업 성공과 지역 기여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현장 중심 업무가 많고 스마트워크도 보편화돼 본사 위치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며 “서울 외곽 지역은 교통과 생활 기반이 빠르게 갖춰지고 있으며 임대료 부담도 줄어드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열사들이 함께 입주하면 사업 역량 결집과 시너지 확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