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경찰, 노동부, 검찰 등 3개 수사기관(이하 수사팀)이 SPC삼립 시화공장 등을 대상으로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5일 기각했다. 수사팀은 사고 발생 직후 1차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판사의 지적사항을 보완해 지난달 말 2차 영장을 청구했으나 역시 기각된 바 있다. 정확한 기각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 발생 시 압수수색은 현장 감식과 더불어 진상 규명을 위한 필수적인 절차로 꼽힌다. 올해 경기남부 지역에서 발생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장 붕괴, 아워홈 근로자 사망,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 붕괴 등 주요 사고 사례들은 모두 며칠 만에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영장이 잇달아 기각되자 수사팀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사팀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해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사고의 실체를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는 입장이다. 만약 법원으로부터 끝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못할 경우 SPC삼립 측으로부터 자료를 임의제출 받는 형식으로 수사를 진행해야 할 상황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강제수사 없이 임의제출 형식으로 수사할 경우 대상자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료를 선별해 제출할 텐데, 이를 신뢰하기 어렵다"며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짬짜미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필요한 자료를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고 발생 보름 이상이 지나버렸다"며 수사의 신속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수사팀은 압수수색 장소의 범위를 더욱 좁히고 압수 대상물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쳐 4차 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사고는 지난달 19일 오전 3시경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냉각 컨베이어 벨트에서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 중 기계에 상반신이 끼어 숨진 사고다. 수사팀은 지난달 27일 합동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공장 관계자들을 형사 입건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