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수요 둔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는 오히려 완성차 업체 간 판매 경쟁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제한된 전기차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가격 조정과 차급 확대, 라인업 재편을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정교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국내 전기차 판매 1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격차를 좁히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BYD(비야디)를 비롯해 지커, 샤오펑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까지 본격 가세하는 만큼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이 병행되는 환경 속 시장 경쟁 구도와 중장기 판도 변화 가능성이 관전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브랜드 판매 순위는 테슬라가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기아와 현대차가 뒤를 잇고 있다.
단일 차종 기준으로는 테슬라 모델Y가 판매 상위를 기록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충전 인프라 접근성, 브랜드 신뢰도, 중고차 잔존가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기차 캐즘으로 시장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완성차 업체 간 경쟁은 판매 확대보다 가격과 차급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경향을 보인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도 올해 경쟁의 초점은 신규 수요 창출보다는 기존 수요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이 흐름의 중심에 있는 브랜드가 BYD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BYD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 225만6714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27.9% 성장했다.
같은 기간 테슬라의 글로벌 인도량은 164만대로 8.6% 감소했다. BYD가 전기차 판매 기준으로 테슬라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BYD의 판매 확대는 기술 경쟁력보다는 가격 구조에 기반했다. 배터리·구동 모터·반도체·소프트웨어를 자체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를 낮췄고 이를 바탕으로 초저가 모델을 대량 공급했다.
이 전략은 한국 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BYD는 국내에서 전기 승용차를 보조금 적용 가격 기준 3000만원대 중반~4000만원대 초반에 형성하는 전략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가격대는 국산 보급형 전기차와 직접 경쟁하는 구간이다. 보조금 적용 여부에 따라 일부 트림은 내연기관 중형 SUV와의 가격 격차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전기차 판매 상위 모델들의 가격·트림 전략 조정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BYD에 이어 지커(ZEEKR)와 샤오펑(Xpeng)도 올해 한국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이들 브랜드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표방하기보다는 기술 사양과 가격 경쟁력을 결합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커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대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가격 대비 성능을 강조해 왔고 샤오펑은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과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내세우되 가격은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낮게 책정해 왔다.
업계에서는 이들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도 4000만~6000만원대 가격대를 주요 타깃으로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해당 구간은 테슬라 모델Y,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와 EV3 등이 포진한 국내 전기차 시장 내 핵심 경쟁 영역이다. 중국 브랜드가 이 가격대에 본격 진입할 경우 기존 판매 상위 브랜드들은 가격과 트림 구성, 프로모션 전략 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테슬라는 올해 들어 국내에서 모델Y와 모델3 주요 트림 가격을 수백만 원 단위로 인하했다. 이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도 이례적으로 큰 폭의 조정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 역시 국내 시장에서 캐스퍼 일렉트릭(인스터)과 EV3 등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전기차 모델을 중심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 모델은 보조금 적용 여부에 따라 실구매가가 낮아지면서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층의 선택 폭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책 환경도 이러한 경쟁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50%를 전기차·수소차로 채우는 보급 목표를 설정했다.
해당 목표는 2026년 28%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상향되며 일정 판매 규모 이상의 제조·수입사는 이를 충족해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기여금 부과와 보조금 축소가 연동되며 기여금은 2028년부터 대당 300만원으로 상향된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전기차 판매를 선택 사항으로 미루기 어렵다. 하이브리드 판매 실적을 일부 인정하는 유연성 제도가 마련됐지만 이는 단기적 완충 장치에 가깝다.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판매 비중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기업일수록 비용 부담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내 전기차 시장의 판도 변화는 단기적인 판매 순위 변동보다는 가격 경쟁과 수익성 압박이 누적되는 방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당장 국내 완성차 기업의 실적이나 순위를 흔들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본격 진입과 정책 목표 강화가 맞물릴 경우 중장기 경쟁 구도에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누가 얼마나 전기차를 싸게 파느냐에 따라 업체들의 명암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며 “가성비가 올해 전기차 시장을 꿰뚫는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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