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학부모 폭언 등에 시달린 교사 사망이 잇따르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는 가운데, 교권 침해 보장 보험이 치솟는 관심에 비해 제 기능은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에 들어도 교권 침해 사실을 조사하는 첫 단추부터 꿰기 어려운 데다 침해 사례를 인정 받기가 사실상 '불가'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교권 침해 보험 가입 건수는 8000여 건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5년 전(1477건)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등을 비롯해 현재 바닥에 떨어진 교권 실태를 대변해주는 수치로 해석된다.
문제는 민간에서 취급하는 교권 침해 보험은 더케이손해보험(한국교직원공제회 자회사·하나손해보험 전신)에서 출시한 상품이 유일하다는 점이다. 하나손보 '교직원 안심보장보험' 상품에서 교권 침해 특약으로 추가한 개념이다.
각 학교 교권보호위원회가 교권 침해(폭행·협박·명예훼손·성폭력 범죄 등) 사실을 인정했을 경우 교사들은 1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받는다. 그 외 교사 업무 중 법률상 배상책임(손해배상금), 민사·행정 소송비용, 교원소청 변호사 비용, 휴직·퇴직으로 인한 소득상실 보장 등의 특약이 있다.
해당 상품이 출시된 이후 교사들 이목이 쏠리고 있지만 가입 실적은 기대치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하나손보 관계자는 "최근 교권 침해 이슈로 해당 보험이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가입률이 아직 많이 증가되지는 않았다"며 "(가입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관할하는 교원배상책임보험은 공적 제도로서 지출하는 연간보험료 대비 보상 금액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2019~2022년 전국 교육청이 해당 보험료로 지출한 금액은 총 30억2607만원이었다. 이에 비해 보상금은 3억4377만원에 그치고 있다.
특히 현재 기준 전국 교육청 소속 48만9700여명 교원이 교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지만 보상받은 교사는 단 32명에 불과하다.
이 같은 저조한 보상 결과에 관해 보험업계는 교권 침해를 인정받는 것 자체가 녹록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교권 보험이 교사들에게 도움이 있을 지, 실효성 논란마저 일고 있다.
실제 교권 보험은 교권보호위로부터 교권 침해 사실을 인정받아야 보험금이 지급되는데, 교권보호위를 열기 위한 조건과 절차가 매우 까다로운 실정이다. 일선 학교 측에서 학부모와의 마찰을 예상해 회의를 꺼릴뿐만 아니라 수차례 조사를 거쳐 피해 사실을 인정받기까지 교사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권 보험은 사실상 이벤트성 관심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도 관심은 많지만, 가입률이 크게 증가한 것은 아니라 과연 (교권 보험이)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사에게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정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하고,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사정이 이렇자 국회에서도 관심을 갖고 가시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여당이 키를 쥔 모양새로 지난 7일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게 대표적이다.
개정안은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발생했을 때 각 학교장이나 교원이 침해 행위를 은폐·축소 시도했을 경우, 관할 교육감이 직접 징계위원회에 징계 의결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현재는 교권 침해 관련 학교의 은폐·축소가 발생해도 별도의 제재 조항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실은 "교권 침해를 겪은 교원에 대한 비용 부담 관련 업무를 교육청이 아닌 학교안전공제회와 한국교직원공제회 등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며 "신속하게 피해 교원을 지원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