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나 직원이 확진환자 입원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게 해서는 안 된다.”
설 연휴 기간인 지난 26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명지병원 내부는 분주했다. 이른바 ‘우한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의심환자(54세 남성)가 확진 판정을 받아서다. 국내 세 번째 신종 코로나 환자 발생이었다.
이왕준 이사장은 즉시 비상대응회의를 소집했다. 이 이사장은 병원에 입원한 다른 환자와 내부 직원들에게 3번째 환자가 이 병원에서 치료 중인 사실을 바로 알리라고 지시했다. 그는 “환자와 보호자, 직원을 대상으로 한 안내문을 작성하라”고 지시하며 “환자들에게는 병원장 이하 임직원이 직접 병동을 돌며 배포하고, 연휴 중인 직원들에겐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라”고 했다.
병원 측은 이날 오전 10시께 안내문을 배포했다. 안내문에는 “최근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세 번째 환자가 발생,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환자를 이송받아 격리병동에 철저히 격리된 상태로 입원·치료 중에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이 환자는 현재까지 특별한 문제없이 치료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전한 뒤 “명지병원 의료진은 최선의 진료를 통해 완치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내문이 붙은 시각은 질본이 국민에게 세 번째 환자 발생 사실을 공표한 시간과 거의 비슷하다. 명지병원이 선제적으로 확진환자 진료 사실을 공개한 건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 겪었던 뼈 아픈 경험 때문이다. 당시 다른 지역 메르스 환자를 수용한 사실이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환자는 물론 내부 구성원인 직원들에게도 신뢰를 잃었었다.
이왕준 이사장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경험하고 깨달은 건 ‘내부와 외부 소통이 성공적 대응 출발점’이라는 것”이라며 “명지병원은 메르스 이후에 더욱 철저한 준비와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잘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가지정 격리병상 운영 29개 병원 중 하나인 명지병원은 메르스 사태 당시 경기도 평택 등에서 발생환 확진환자 5명을 이송받아 2차 감염 없이 전원 완치시킨 경험이 있다. 이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우수사례로 소개된다. 대통령 표창·국제병원연맹 최우수병원상 등도 받았다.
신종 코로나 대응도 일찌감치 해왔다. 지난 21일 비상대응본부를 꾸리고 선별진료소 가동에 들어갔다. 병원 출입자 통제와 음압격리병실 가동 등을 시작했다. 확진환자가 발생한 이후엔 연휴 기간임에도 많은 직원이 자발적으로 비상출근해 병문안객 통제와 취재진 응대 등을 하고 있다.
3번째 확진환자 주치의인 박상준 호흡기내과의 교수는 “해당 환자는 현재 활력징후가 대체적으로 정상에 가깝고 폐렴 증상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하고 “다만 아직 코로나바이러스 폐렴의 임상적 특성을 완전히 알 수 없어 계속 지켜보면서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