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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韓 기업 “코로나19로 문 잠근 베트남, 그래도 우리는 간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범종 기자
2020-03-04 16:58:27

삼성전자ㆍLG전자ㆍLS 등 생산기지 확대ㆍ투자 지속

낮은 인건비에 높은 교육열…베트남 최대 외인 투자국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사진=이범종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한국 기업의 베트남 사업에 걸림돌이 될까. 대기업 진출 배경과 위상을 볼 때 베트남과 한국기업 관계는 오히려 깊어질 전망이다.

베트남은 지난달 29일부터 한국서 온 비행기의 하노이·호찌민공항 착륙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베트남에 진출한 삼성전자와 LG전자, LS 등 대기업에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직원 대부분이 현지인인 만큼 당장 기업활동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로 예정됐던 베트남 하노이 모바일 연구개발(R&D)센터 기공식을 취소했다. 하지만 공사는 계속된다.

이번에 세워지는 센터는 삼성전자 R&D센터 중 동남아 최대 규모다. 2022년 완공 예정인 이 공사에 1억6000만달러(약 1900억원)가 들었다.

LG전자도 지난해 평택 스마트폰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옮겼지만 단기적인 영향은 없다는 설명이다. 수년 전부터 현지화를 끝낸 LS그룹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 생산 훨씬 전에 생산시설 준비를 끝내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화상회의와 전화,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현지법인과 소통하고 있어 출장 불가에 따른 악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협력업체 부품 수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지만 단기적인 영향은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베트남 TV·휴대폰 점유율 1위

베트남은 중국에 이은 제2의 공장으로 불린다. 갈수록 인건비가 높아지는 중국보다 저렴한 인건비와 우수한 노동력, 현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삼박자를 갖췄다. 젊은 노동인구 비중도 높다. 인구 9000만명 가운데 30세 이하가 절반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70%가 노동인구에 속해 가장 젊은 국가로 꼽힌다. 여기에 교육열도 높아 우수 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전기전자 관련 투자 규모는 2009년 삼성전자가 진출하면서 급속히 늘었다. 삼성전자 현지 생산법인은 세 곳이다. 하노이 인근 박닌성 옌퐁공단(2009년 설립)과 타이응웬성 옌빙공단(2014년)이 각각 휴대폰을 만든다. 스마트폰 생산량은 전 세계 물량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치민 사이공하이테크 파크(2016년)에서는 TV와 생활가전을 만든다. 베트남 현지 삼성전자 직원은 10만명이 넘는다. 2018년 세 법인의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4조8343억1300만원이다.

베트남은 삼성전자의 주요 글로벌 생산지다. 삼성은 1995년 호찌민에 삼성전자 법인을 설립해 TV 생산·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배터리, 전자부품 등으로 현지 사업을 넓혔다. 삼성전자는 현재 베트남시장에서 TV와 휴대폰 점유율 1위다. 지난해 6월 ‘갤럭시 S10+ 박항서 에디션’을 출시하는 등 현지화 정책도 적극 펴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호치민 비텍스코빌딩에 브랜드 체험 공간인 ‘삼성 쇼케이스’를 세웠다. 미국 뉴욕의 ‘삼성837’, 독일 프랑크푸르트 ‘자일 쇼케이스‘에 이어 3번째다. 동남아 인구 50%를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할 복합 문화공간으로 베트남 호치민이 최적의 장소라는 판단이다.

직장으로서 삼성전자 위상도 높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조사업체 안파비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닐슨이 지난해 3월 공동 선정·발표한 '2018년 일하기 좋은직장 100' 에서 4위를 차지했다. 조사 첫해인 2013년 13위에서 꾸준히 계단을 밟은 결과다. 2017년 11월에는 박닌과 타이응우옌 법인이 베트남노총 표창을 받았다. 우수한 임직원 복지와 지역 노조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사진=이범종 기자]

◆LG전자, 2028년까지 15억달러 투자

LG전자도 일찌감치 베트남에 진출해 국민기업 위상을 얻었다. 1995년 흥이옌공장을 세우고 고등학생 대상 장학퀴즈를 진행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2017년엔 베트남 시청률 1위 국영방송 채널 ‘HTV7’과 손잡고 예능프로그램에 고급 가전을 노출해 고급형 이미지를 높였다. 이후 베트남 주부들 사이에서 LG 가전 신뢰도가 높다는 평가다.

현재 베트남 내 LG전자 생산 거점은 2015년 3월 준공한 ‘LG전자 베트남 하이퐁 캠퍼스’다. 현지 내수 공급에 쓰이던 흥이옌과 하이퐁 생산 공장을 통합 이전해 수출용 제품도 만든다. 북부 항구도시인 이곳에서 휴대폰과 세탁기, 청소기, 에어컨,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부품인 IVI 등을 생산한다. 한국 평택에 있던 스마트폰 생산시설도 지난해 이곳으로 통합됐다. 현지법인 직원 수는 약 3000명. 투자 규모는 2013년부터 2028년까지 약 15억달러에 이른다. LG전자는 이때까지 생산시설을 지속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LG전자는 하이퐁지역 내 직업학교 지원으로 현지 우수인력도 육성하고 있다. 2017년 6월 하이퐁 산업직업 훈련학교와 비엣트로닉 기술학교, 하이퐁 폴리텍학교, VMU직업학교 등 4곳에 LG IT도서관을 기증했다. 같은해부터 3년간 이들 학교 학생들 가운데 성적 우수자 50명을 매년 선발해 장학금을 주고 있다. 우수 졸업생에게는 LG전자에 취업 기회도 제공한다.

◆LS전선, 베트남 1위 송배전 전력선 생산업체

범LG가에 속하는 LS그룹도 1996년부터 베트남에 진출해 입지를 다진 상태다. 공장은 LS전선이 2곳, LS산전과 LS엠트론이 각각 1곳씩 갖고 있다.

LS전선은 1996년과 2006년 각각 하이퐁시와 동나이성에 공장을 세웠다. 초고압(HV)과 중압(MV), 저압(LV)케이블 등 베트남 현지와 아세안, 중동, 유럽 등에 전력 케이블을 수출하며 베트남 1위 송배전용 전력선 생산업체로 올라섰다.

LS산전과 LS엠트론은 1997년과 2014년에 각각 하노이시와 박인성에 공장을 갖추고 운영중이다. LS산전은 저압전력기기 분야 점유율 1위다. LS엠트론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고급형 스마트폰에 쓰이는 커넥터를 공급하고 있다. 2017년 1월에는 베트남 자동차업계 1위 업체인 타코(THACO)사와 농기계 공급 생산 협력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국내 농기계업체 중 처음으로 동남아시아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게 됐다.

LS의 베트남 법인 직원은 2018년 기준 1317명이다. 현지법인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8억달러 규모에 이른다. LS는 올해 현지법인 매출액 1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LS도 현지화 정책에 적극적이다. 2007년부터 14년간 임직원과 한국 대학생으로 구성된 대학생 봉사단을 운영하며 연간 100여명씩 파견하고 있다. 태권도와 K팝 공연은 물론 하이퐁∙하이즈엉∙호치민∙동나이 등지에 14개의 초등학교 교실을 세웠다. 2010년부터는 매년 ‘LS-베트남 바둑 챔피언십’을 후원하고 있다.
 

[자료=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 베트남 외국인 투자 1위

한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 규모는 나날이 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한국은 1988년 1월부터 지난해까지 베트남에 677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전체 외국인 투자의 18.7%로 135개국 중 최대 규모다. 일본은 593억달러, 싱가포르가 498억달러로 뒤를 잇는다.

한국은 지난해에만 전년보다 9.8% 높은 79억2000만달러를 베트남에 투자했다. 같은해 전체 베트남 외국인 투자의 20.8%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앞서 2017년과 2018년에는 일본과 한국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2019년 일본은 41억4000만 달러로 4위를 기록했다. 2위는 홍콩(78억7000만달러), 3위는 싱가포르(45억달러)다.

유상철 베트남 호치민 무역관은 지난 1월 ‘최근 한국의 베트남 투자 동향‘ 보고서에서 “국내 대기업의 베트남 진출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중소 중견 기업의 동반진출이 확대됐다“며 “베트남의 6~7%대 높은 경제 성장률과 남북 고속도로 건설 프로젝트, 호찌민시 투티엠 신도지 프로젝트 등 도시 인프라 개발 열기 등도 우리 기업의 베트남 진출 확대 요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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