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산업은행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잘 매듭지으면 우리도 국책은행으로서 지원에 나서겠다”면서도 “(산업은행은) 채권단이 아니어서 입장을 따로 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불발될 위기에 놓이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한다면 저비용항공사(LCC) 전체에 편성한 3000억원의 지원금 중 1700억원을 제주항공에 지원하겠다며 필요 시 추가 지원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은행의 이런 제안은 이번 M&A를 성사시키려는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3일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직접 만나 조속한 M&A 성사와 고용안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모기업 애경그룹이 사실상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달 1일 이스타항공 측에 공문을 보내 10일(10영업일) 안에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제주항공의 선결조건에는 임직원 체불임금 240억원, 협력사 조업비, 공항 시설사용료, 이스타항공이 지급보증한 태국 현지 총판 타이이스타젯의 채무액 3100만달러(한화 370억 9150만원) 해결 등이 포함돼 있다.
제주항공의 선결조건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8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 상당의 자금이 필요한데, 사실상 자본 잠식인 이스타항공 측이 해결할 수 없는 조건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에서 발을 빼기 위해 명분을 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제주항공의 조건 제시에 발끈한 이스타항공 노조는 7일 간담회를 열어 "이스타항공의 국내선 셧다운 사태가 제주항공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양사의 대립이 극한 상황으로까지 치달은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M&A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계약을 체결한 건이다. 제주항공이 계약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번 M&A와 관련해서는 시간을 끌수록 상황만 더 나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에 서로 법적 책임을 물어서라도 결론을 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