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앞서 금융당국이 생명보험사들의 헬스케어기기 시장 진출 규제를 완화했지만 생보사가 제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가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의료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답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의료업계의 반발로 생명보험사들이 고객에게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판매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건강관리기기를 직접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생명보험사는 건강보험 가입 시 보험계약자에게 혈당 측정기나 구강 세균 측정기 등 건강관리기기를 지급할 수 있게 됐다. 단, 제공할 수 있는 의료기기 가액은 10만원이나 초년도 부가보험료의 50% 중 적은 금액 이내로 제한됐다.
하지만 의료법상 의료인이나 의료법인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때문에 생명보험사가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웨어러블기기를 개발할 때마다 매번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을 받아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유권해석을 거쳐 보험회사가 웨어러블기기를 제공하는 사례가 쌓이면 향후 관련 상품 개발이 용이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는 매번 헬스케어 상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생보사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이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 벽이 높은 게 현실인 것이다.
더 나아가, 생명보험사가 공공의료정보에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도 헬스케어 신상품 개발의 애로사항 중 하나다.
앞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2014년 보건의료 빅데이터 센터를 운영할 당시 성별, 연령, 진료 내역 등 비식별 정보를 활용하는 게 허용됐다. 하지만 2017년 국정감사에서 영리 목적의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과 관련해 지적을 받으며 정보 활용이 차단됐다.
그 이후부터 순수한 연구 목적 이외 보건의료정보가 생명보험사에 제공되지 않고 있다. 최근 데이터3법(개인정보 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 시행령 개정 후 복지부에서 보건의료정보 활용 규제를 완화했지만 아직까지 보험업계 마이데이터 산업이 보건의료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지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이에 생명보험사들이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달라고 복지부에 건의하고 나섰지만, 아직까지 복지부는 이렇다 할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카드업계에 적용했던 빅데이터법 완화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최근 카드업계는 마이데이터사업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관련 신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마이데이터사업은 금융소비자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금융정보 통합조회나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할 수 있는 게 핵심이다.
다만, 생보사들이 자구 노력으로 의료업계와 제휴를 늘려가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생명은 삼성서울병원과 제휴해 이달부터 암 전문 건강사이트를 개설해 환자나 고객들에게 건강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실장은 “각 보험사가 헬스케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경영전략을 잘 짜야하는데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며 “의료업계와 상생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