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이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주택자의 재산세를 절반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서울의 다른 자치구까지 영향이 번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 구청장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서초구는 공시가격 9억원 이하의 1가구 1주택 보유자에 대해 재산세 절반 인하를 단행하기로 하고 발표 카운트에 들어간 상태였다"면서 "그런데 정세균 국무총리가 1가구 1주택 실소유자들의 세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서초구 계획에 김이 빠져버렸다"고 설명했다.
조 구청장은 “은퇴자인데 재산세가 너무 많이 올라 납부할 여력이 없다는 하소연 등 주민들의 재산세 납부 관련 전화와 문자가 하루 수백 건 이상 연일 이어졌다”면서 “서초구는 공동주택이 90% 이상을 차지하는데 공시가격이 최근 3년간 60% 상승했고, 개별주택 공시가격도 41%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3년간 서초구 주택 소유자의 재산세 납부액도 72%나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의 부담을 덜어 줄 방법을 고민하다 서초구에 귀속되는 재산세에 대해 구청장 감면 권한이 있다는 점을 알아냈다"며 재산세율 인하의 뜻을 밝혔다.
지방세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재해 등이 발생했을 때 지방세인 재산세를 표준세율의 50% 범위에서 감경할 수 있게 돼 있다.
조 구청장은 "전국 1주택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장들이 나서 국민의 재산세 부담을 줄이고, 가처분 소득을 늘려 지역경제 활성화에 마중물을 마련해 줘야 한다"면서 "정부는 투기 목적이 아닌 실거주 목적의 1가구 1주택자 세율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주택 문제를 징벌적 과세로 해결하려는 것은 번지수가 잘못된 정책"이라고 밝혔다.
조 구청장은 당초 계획을 밀고 나갈 것인지, 총리의 말을 믿고 기다려야 할 것인지 고민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서초구의 공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은 약 6만9000가구로 전체 중 50.3%를 차지한다. 9억원인 주택은 환급액이 최고 90만원 정도, 6억원인 주택은 환급액이 22만원 정도, 3억원인 주택은 환급액이 7만원 정도다. 서초구는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에 대해 재산세 50% 감면을 실시하면 약 60억원을 구민들에게 환급해줄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올해 서초구 주택 재산세 921억원 중 서초구 몫은 361억원이다.
조 구청장은 "늘어난 서초구 몫의 재산세 361억원에 비춰볼 때 60억원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며 "많지 않은 감액이지만 현행 재산세 제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시그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 구청장의 이런 구상은 형평성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같은 가격의 집을 가진 1주택자라고 하더라도 서초구에 집을 가진 사람과 다른 구에 집을 가진 사람의 재산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서울 지역의 경우 재산세가 `공동세`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논란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경우 자치구 간 재정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2008년부터 거둬들이는 재산세 중 50%를 서울특별시분 재산세로 징수한 뒤 25개 자치구에 균등분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구청장은 "수년째 공시가가 급격히 상승해 재산세 폭탄을 맞은 데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서초구가 앞서 나가기로 결단해 검토와 준비 작업까지 다 마치고 전문가 자문도 거쳤다"고 밝혔다.
서초구는 오는 9월 열릴 서초구의회에서 의원입법 형태로 재산세 감면 조례를 발의할 예정이었다.
이에 서울시와 행정안전부는 "서초구의 구체적인 안을 파악하고 있다"며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재산세 감면은 자치구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조례 제정을 통해 재산세 감면을 추진할 때 지방세 감면 한도액 준수 등 관계 법령을 지키기만 하면 중앙정부가 브레이크를 걸 수 없다고 행안부는 보고 있다.
'좋은 의견'을 달라는 조 구청장의 글에 시민들의 지지 댓글도 이어지며 긍정적인 여론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1가구 1주택 9억 미만은 평생 피땀흘려 일해서 장만한 실소유자가 많다. 과도한 세금으로 노후의 행복을 빼앗으면 안된다’, ‘바로 정책을 시행해달라’, ‘소신대로 밀고 나가라’는 댓글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