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은 정부의 6억원 이하 1가구 1주택 재산세 인하안에 대해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정부는) 공시가격을 올리고, 늘어난 세금 중에서 6억원 이하 주택만 찔끔 깎아주겠다고 한다"면서 "'세금 폭탄'이라는 병을 먼저 주고, 약을 준답시고 생색만 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서초구의 경우 정부안대로 하면 올해 공시가격 기준으로 재산세 세입이 14억원 정도 줄어든다. 내년에 공시가격이 오르면 6억원 이하 주택이 더 줄어들고, 1주택자를 선별하면 실제 감경 혜택은 아주 미미하다는 게 조 구청장의 주장이다.
지난 3일 집무실에서 만난 조 구청장은 “공시가격이 6억원과 9억원 사이인 주택을 가진 중산층이 서울에만 28만3000가구가 있는데, 정부가 지난 1주일간 이들에게 희망고문을 한 것”이라며 “시민들을 갈라치기하는 또 다른 부동산정치"라고 정부 안을 비판했다.
조 구청장은 "그동안 정부는 세금을 거둬들이는 데에는 능수능란, 전광석화였지만, 세금을 감경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지지부진 완행열차였다“면서 ”그리고는 엎질러진 물을 담듯이 '표'를 의식해서 '세금 정치'를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납세자인 국민에 대한 존중도, 설득 과정도 찾아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구청장, “불공정‧무능한 文 정부, 국민 심판 받을 것”
조 구청장은 서울시의 강한 반대에도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의 올해 재산세를 감경하는 조례를 지난달 23일 공포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유일하게 재산세 감면을 강행한 것이다. 재산세를 '징벌적 과세'의 도구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조 구청장의 ‘뚝심’은 서초구민은 물론 국민 여론을 움직였고, 집값 급등과 전월세난으로 민심 이반이 심각해지자 당정도 결국 1주택자 재산세 감면안을 내놓았다.
그는 "정부가 발표한 재산세 인하안이 선거용이 아니라,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는 진정성을 가지려면 다음과 같이 해야 한다"며 △서초구의 재산세 감경안에 대한 협조 거부를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서울시가 중단할 것 △내년에 공시가격이 오른 후가 아니라 올해분 재산세를 환급해 줄 것 △내년에 공시가격을 올리는 것을 중단할 것 등을 요구했다.
그는 서울시의 대법원 제소에 대해 “재산세 감경에 전 국민이 함께 공감하고 있는데, 도대체 서울시가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는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짓밟고, 침해하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박 전 시장 때 청년수당 문제로 보건복지부가 재의요구를 하자 대법원제소까지 했는데, 서울시에서 하는 건 자치권이고, 구청에서 하는 건 자치권이 아닌가? 이건 말 그대로 서울시의 ‘내로남불’이다"라고 일갈했다.
조 구청장은 "최선을 다해 서울시의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밝힐 계획"이라며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되면 서초구가 승소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1가구 1주택자의 신청을 받아서 올해 분 재산세 감경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10년간 정체된 서울, 활력 필요…세계적인 메가시티로 경쟁력 갖춰야”
그는 서울시 첫 여성부시장에서 재선 구청장에 이르기까지 10년에 걸쳐 서울시 행정에 참여해왔다.
조 구청장은 “서울시장 출마를 심각하게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도전 의사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서울시 25개 구청장 가운데 유일한 야당 출신 구청장으로,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국민의힘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서울시장 후보 기준에 대해 “서울시장 후보군은 비교적 참신하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믿음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제시하면서부터다.
조 구청장은 “지난 10년간 시정 현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서울이 안고 있는 고민을 잘 알고 있다”며 “서울시민들의 행복, 서울시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온 만큼 '조은희에게 맡기면 야무지게 잘할 수 있다'고 후보군으로 거론해주시는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새로운 서울시장은 오직 1000만 시민의 편안한 삶과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것에만 전념하는 분이어야 한다.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를 대선의 디딤돌로 활용하는 것은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차기 서울 시장의 재임기간이 14개월밖에 안되는 만큼, 빠르게 시정을 장악할 경험과 역량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며 무엇보다 경륜과 지혜,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서울은 너무 정체됐습니다. 이제는 활력이 필요해요. 돌아가신 전임 시장께서 서울시 곳곳에 요모조모 신경을 많이 쓰신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명박·오세훈 시장 시절 추진했던 뉴타운 정책이나 ‘디자인서울’ 같은 정책을 모두 급하게 뒤집어 버렸어요. 그러니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요. 이제 서울은 패러다임을 바꾸는 큰 그림이 필요합니다. 시민의 삶과, 서울의 큰 그림이 함께 가야 서울이 매력적이고 세계적인 메가시티가 되는 거죠.”
조 구청장은 강남‧북 균형발전도 이러한 비전 속에서 추진돼야 실현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그는 “종로에 평창동이 있고, 강남에도 구룡마을이 있다. 강남과 강북을 가르는 이분법적인 갈라치기는 순전히 정치권의 표계산 때문”이라며 “서울은 25개 다양한 중소 도시들이 다핵구조로 연결된 인구 천만의 메가시티다.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고 교육, 문화시설 등을 조성해서 특성화시키고, 하나의 서울로 통합돼 ‘함께 성장하는 세계 최고의 도시’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수락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죄다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어요. 서울 도심은 저밀도 공동화, 외곽은 고밀도 베드타운으로 전락했습니다. 동대문, 도봉구 같은 베드타운 지역에 기업이 들어가야 상권이 생기고, 교육‧문화인프라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야 도시 활력도 생기죠.”
또 한강변 오래된 아파트의 35층 규제와 용적률 제한을 풀어 재건축을 허용하면 새로운 수변 디자인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민간 주도 재건축을 허용해주고 이에 따른 초과이익을 환수해 다른 지역 개발에 사용토록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그는 태릉골프장‧용산 부지, 국립외교원 등 유휴부지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부 정책에는 단호하게 반대했다.
“용산·태릉·마포·강남은 서울의 미래를 담보하는 지역입니다. 특히 용산은 국제업무지구인데 그곳 절반을 아파트로 채우면 국제업무지구는 반쪽이 됩니다. 전임 시장도 용산‧여의도 개발을 내세웠다가 정부 눈치에 결국 접지 않았습니까?”
조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정치적 표’ 계산으로 뒤틀린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 폭등, 세금 폭탄, 전세대란을 불러 서민을 위한다는 정부가 오히려 서민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임대차3법이 부른 전월세 대란을 꼽았다.
"불과 3일 만에 졸속으로 처리한 임대차3법으로 석달 만에 서울 전셋값이 지난 2년치만큼 폭등했어요. 홍남기 경제부총리마저 전세난민이 돼서, 위로금 명목으로 뒷돈 찔러 주고 세입자를 내보내야 했을 정도니 일반 국민이야 말할 필요도 없지요. 그런데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금은 과도기이며 서민 불편을 덜기 위해 대책을 마련 중에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하지 않습니까? 자신들의 잘못은 슬쩍 가리고, 국민의 고통을 변화의 과도기적 상황으로 밀어붙이니 정말 몰염치하고 무책임하다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F'…“35층 규제와 용적률 제한 풀어야”
조 구청장은 서울시 주택 공급 대책으로 서초구를 관통하는 경부고속도로를 입체화(지하화)시킨 뒤 이곳에 아파트 1만5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한남대교 남단부터 양재IC까지 총 6.8㎞구간을 2층 복층 터널로 지하화해 만성 교통정체를 해소하는 한편, 지상공간에는 친환경 도심공원과 아파트 1만5000호를 지어 '청년 내집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서울시 소유인 시설 녹지에 건축비만 들이면 평당 500만원 아파트를 지을 수 있습니다. 여기를 임대주택으로 주지 않고 청년들이나 다자녀 가정에 분양해 내 집을 마련하게 해주자는 거죠. 가령 4억원에 분양해도 20%만 내면, 나머지는 30년 원리금 상환 조건으로 내 집을 마련하도록 하면 ‘영끌’해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도 자연히 줄어들겠죠.”
아울러 한남대교에서 양재IC 주변의 R&D 혁신거점을 거쳐 판교 테크노밸리로 이어지는 ‘한·양·판 AI밸리’도 만들어 4차 산업 시대에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을 제공할 핵심축을 삼을 계획이다.
또 서울역에서 구로역까지 약 11㎞의 도심구간을 지하화하는 경부선 철도 입체화 사업을 추진해 이곳 지상에도 공원·주택공급을 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양대에서 잠실, 신도림에서 신림까지 전철2호선 지상구간 18㎞를 지하화해서 생활권을 연결시키는 구상도 갖고 있다. 2호선 주변에는 IT, 스타트업 기업들이 많아 시너지 효과가 큰데다 동부간선도로의 경우도 월계에서 삼성역까지 약 10㎞를 지하화하면 중랑천을 양재천 못지않은 생태하천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울시의 만성적인 교통, 주택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고,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조 구청장은 이러한 도심 개발을 위한 재원으로 ‘서울균형발전기금’을 구상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고 남은 재원을 기금화해서 경부선 철도 지하화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서울균형발전기금’은 서울 자치구의 공공기여금을 모아 어디 살든 서울시민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똑같은 혜택을 받게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강남 3구뿐 아니라 강북·마포 등을 개발해서 나오는 공공기여금을 모두 기금화해 그 일부를 경부선 철도 지하화 등에 사용하면 재원 마련이 가능합니다."
◆리더, 이해관계 안 따지는 원칙‧소신 중요
조 구청장의 명함에는 ‘엄마 행정’이라는 슬로건이 새겨져 있다. 빨간색 에이프런을 두른 조 구청장이 열심히 뛰어가는 캐리커처도 눈길을 끈다.
그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정치인은 ‘무티(독일어로 엄마를 지칭) 리더십’으로 불리는 메르켈 독일 총리다. 메르켈 총리가 가진 리더십으로 통합과 포용, 원칙, 겸손을 꼽았다.
그는 “이해관계를 안 따지는 원칙을 가진 리더가 진정한 리더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검찰청 앞 인도를 무단 점거한 윤석열 검찰총장 격려화환들을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보수단체에 2차례나 보낸 것도 이러한 원칙에서 비롯됐다. ‘도대체 어느 당 소속이냐’며 보수진영 지지자들로부터 항의성 문자가 쇄도했지만, 그는 단호했다.
“저는 법과 원칙은 공정해야 한다고 봐요. 내편은 잘 봐주고 상대편은 가혹하고 이러면 차별적 법치주의이자 그런 불공정이 포퓰리즘 아니겠어요?”
▣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프로필
△1961년 경상북도 청송 △경북여고졸업‧이화여대 영문학과 졸업‧서울대 대학원 국문학 석사‧단국대학교 행정학 박사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우먼타임스 편집국장△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세종대 행정학과초빙교수△청와대 문화관광비서관△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1급)△서울시 최초 여성 부시장(차관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