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SK배터리아메리카(SKBA)'가 발행 예정인 그린본드에 대한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규모는 1조928억원이며, 내년 1월 발행 예정이다.
그린본드란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SKBA는 이번에 투자를 결정한 자금을 전기차 배터리 제2공장 건설에 사용할 계획이다.
올해 7월 착공한 SK이노베이션 미국 제2공장은 11.7GWh 규모로 2023년 본격 가동 예정이다. 건설비용은 총 15억달러로 우리돈 약 1조6530억원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까지 총 3조원가량을 미국 제1·2공장에 투입했고, 장기적으로 총 6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LG화학의 예비승소로 현재 ITC 소송에서 불리한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SK이노베이션이 이처럼 투자를 멈추지 않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대마불사 전략’이라고 보고있다. 대규모 자금 투입과 일자리 마련 계획 등을 통해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수출 금지·공장 가동 금지 등의 조치는 피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 측도 이번 투자 확정 배경에 대해 “미국 국익을 고려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 일자리 6000여개를 만들 최대 50억달러 프로젝트"라고 선언한 바 있다.
실제로 2023년 제1·2공장이 모두 완공되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 21.5GWh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는 전기차 약 43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의 이 같은 대마불사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일 버디 카터 미국 조지아주 공화당 하원의원·샌포드 비숍 조지아주 민주당 하원의원·척 플라이쉬먼 테네시주 공화당 하원의원 등 3명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에 전기차 배터리 소송 합의를 촉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이들 의원은 서한을 통해 "SK가 불리한 판결을 받을 경우 전기차를 사용할 미국 소비자뿐만 아니라 미국 근로자들에게 큰 피해를 줄 것"이라며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양사 분쟁에 대해 해결책을 찾길 정중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공급받는 폴크스바겐과 포드도 지난 5월 “소송 결과에 따라 미국 내 전기차 생산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SK이노베이션을 옹호하는 입장문을 ITC에 전달하기도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로비와 투자로 ITC가 SK이노베이션에 수출 금지 명령을 내리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며 “ITC 판결 연기로 아직 ‘합의’라는 선택지도 남은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