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이번주 숏리스트(적격후보)를 추리고 상장 주관사 선정에 돌입한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상장을 재추진한다고 공시한 뒤, 지난달 13일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 5곳을 대상으로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제안서 제출은 이달 3일 마감됐다.
3년 전에도 상장을 추진했던 현대오일뱅크는 당시 NH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를 대표주관사로 선정했었지만, 이번엔 상장 주관사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데다가 정유업계 성장성이 한풀 꺾인 상황에서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 산정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연내 중질유 석유화학분해시설(HPC) 상업가동을 통한 수익성 강화 측면을 앞세워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석유화학 사업은 크게 올레핀·방향족 분야로 나뉘는데, 현대오일뱅크는 그간 자회사를 통해 파라자일렌(PX) 등 방향족 중심 석유화학 사업을 영위해왔다. 이번 HPC 공장이 가동되면 폴리에틸렌(PE) 85만t, 폴리프로필렌(PP) 50만t 등을 생산해 본격적으로 올레핀 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롯데케미칼과 함께 약 3조원을 투자한 HPC 시설은 올해 11월부터 가동할 계획으로, 4분기부터 영업이익에 반영될 예정"이라며 "작년과 올해 석유화학 시황 기준으로 55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이익을 기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3월 △블루수소 △화이트 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등 3대 미래사업 추진계획도 밝혔다. 다만 이는 중장기 성장전략이라는 점에서 내년으로 예정된 상장과정에서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에 기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들 3대 미래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7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지난 2012년 처음으로 상장에 돌입했지만, 당시 회계감리 대상으로 지정된 뒤 관련 검토가 장기화되면서 상장도 중도에 포기했었다. 2018년에도 상장을 추진했지만 이듬해인 2019년 1월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로 지분을 매각하면서 상장을 잠정 중단했다. 당시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17%를 사우디 아람코에 매각해 1조3749억원을 조달했다. 현대오일뱅크가 아람코로부터 투자유치를 받을 때 기업가치는 8조1000억원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