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뮤 오리진' 개발사인 웹젠 노동조합(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웹젠지회)이 파업을 다음 달 2일부터 시작하겠다고 18일 밝혔다. 만약 파업이 실행된다면 이는 국내 게임업계의 첫 파업 사례가 된다.
노조는 단순한 처우 불만이 아닌, 게임업계의 '깜깜이' 연봉협상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실질적으로 5000만원도 안되는 평균 연봉 때문에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웹젠 노조는 이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웹젠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파업에 필요한) 법적인 절차는 모두 끝났다"라며 "노동절까지 조합원과 결의를 다지고 5월 2일부터 파업을 시작하겠다"라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가 진전된 안을 제시하고 대화하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교섭에 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웹젠 최대주주인 김병관 창업자는 6년 전 민주당에 입당할 당시 "MB정부 이후 게임업계에 좋은 인력이 들어오지 않는다. 좋은 인재가 수혈되는 상황과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정치 입문의 변을 밝혔다.
업계에 새 인력을 끌어오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던 창업자의 바람과 달리 '친정'인 웹젠은 정작 새 인력을 끌어오기 힘든 처우 때문에 국내 게임업계 파업의 새 역사를 쓰게 생겼다.
이달 7∼8일 웹젠 노조가 조합원 상대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는 투표율 92.8%, 찬성 득표율 72.2%로 가결됐다. 다만 웹젠 임직원 전체 중 노조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노조는 "회사의 성공이 곧 직원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게임업계의 현실이라며 "웹젠의 연봉이 7000만원인데 너무 과한 걸 요구하는 것(파업)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실제 웹젠의 평균 연봉은 5000만원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600명이 영업이익 1000억원대를 내고 있으니 주총에서 임원 보수로 100억원이 설정되는데, 평직원을 대상으로 한 임금협상에서는 단 한 푼의 양보조차 어렵다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회사의 제안대로 연봉협상 3번을 반복해도 바로 옆에 있는 넥슨의 평균 연봉을 못 따라간다"라며 "현재 회사의 제안대로라면 현실적으로 새로운 인재를 뽑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웹젠은 '임직원 연봉 평균 2000만원 인상'안을 발표했다. 노조에 따르면 평균 인상액은 업계 최고 수준이 맞지만, 일반 직원은 100만원 단위의 인상만 이뤄지고 대부분의 수혜는 고위직에 성과급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조는 '일괄 1000만원 인상'을 제안해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협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자 웹젠 노사는 지난달 10일 경기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 조정위원회에서 만나 앞으로 노사 간 2차례 실무 회의를 진행하고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웹젠 노조는 조정위원회 이후 이뤄진 1·2차 노사 실무회의에서 회사에 연봉 평균 16% 인상(평균 800만원)과 일시금 200만원 지급을 요구하고, 연봉 동결자에게는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이 '평균 10% 인상'이라는 기존 안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노영호 웹젠 노조위원장(화섬노조 웹젠 지회장)은 "연봉제라는 허울뿐인 시스템에서 능력과 성과로 경쟁하지만 정작 본인의 성과를 알 수 없는 이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라며 "제대로 된 업데이트를 위해 사람을 뽑고자 하면 '이 돈으로는 사람을 못 뽑는다'는 조직장들의 한탄을 더 듣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후하박 구조는 IT(정보기술)업계에 전반적으로 퍼져있다. 평균급여는 높게 기록되지만, 실제로 일부 임원의 급여를 걷어내고 따져보면 일반 직원들이 가져가는 과실은 회사의 실적과 꼭 일치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이다.
카카오의 경우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급여가 1억7200만원으로 공시됐지만 스톡옵션 행사차익을 제외하면 8900만원으로 반토막이 난다. 등기이사 평균보수의 30분의 1 수준이다. 네이버 역시 미등기 임원 119명의 평균급여가 4억원대로 일반 직원의 3배가 넘는다.
이번 웹젠 파업이 IT업계 전반으로 들불처럼 번져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웹젠의 파업을 앞두고 지난 12일 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 업계 노조가 모여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