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원달러 환율이 약 13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1430원을 돌파하면서 고환율 공포가 한국 경제 전반을 덮친 가운데 철강·자동차·타이어 등 주요 제조업계에서 파업 리스크까지 높아지고 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3일 종가보다 9.7원 오른 1달러당 1419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그러나 곧바로 1420원 벽을 뚫고 올라가더니 급기야 1430원선도 돌파했다.
환율이 장중 143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를 겪었던 지난 2009년 3월 17일(1436원) 이후 약 13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제조업계는 고환율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0월 BSI 전망치는 89.6을 기록했다.
기준치 100이 넘으면 경기 전망에 대한 긍정 응답이, 100 아래는 부정 응답이 더 많은 것을 뜻한다.
향후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고환율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이례적인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2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다음달에도 강력하게 금리를 인상할 것을 예고했다.
특히 환율에 영향을 크게 받는 철강업계는 비용 급증을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을 주축으로 하는 국내 철강사들은 철광석 등 원료를 해외에서 수입해 온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높을 경우 원료 구매 가격이 상승해 원가 부담이 커진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과 석탄 등 원재료 매입 시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고환율은 철강업계 입장에선 '지옥' 같은 상황"이라며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고환율에 대응하기 위해 각 업체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조업 현장에서는 노사 간 갈등이 계속되면서 파업 전운이 짙게 깔리고 있다.
노동조합(노조)의 사장실, 공장장실 점거가 약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현대제철에서는 민주노총 산하 4개 지회(당진·인천·포항·당진하이스코)가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앞서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 5월 말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을 포함한 공동 임금·단체협상 협상 요구안을 사측에 보냈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과 협상이 진행되지 않자 지난 7월 말 노조원 투표를 통해 파업권을 확보했다.
현대제철 사측이 지난 22일 열린 16차 교섭에 불참하면서 노사 교섭은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교섭에 불참한다면 게릴라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하청노조도 28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불법파견과 차별해소를 위해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측과의 임단협 협상이 결렬된 금호타이어 노조의 파업도 임박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지난 21~22일 진행된 파업 등 쟁의행위 찬반투표 집계 결과 조합원 3456명 중 90.6%인 2797명이 찬성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이날 지방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 기간에서도 교섭과 별 다른 진전이 없을 경우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노사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이 무분규로 마무리되는 가운데 기아 노사가 유일하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아 노사는 사측 요청으로 지난 22일 경기 광명 소하리공장 본관에서 11차 본 교섭을 진행했으나 양측 모두 기존 입장만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 간 이견의 핵심은 평생사원증 제도다. 평생사원증 제도는 임직원의 퇴직 이후에도 기아 차량을 구매할 경우 2년마다 3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인데, 이번 임단협에서 사측이 할인 헤택을 25%로 축소하겠다고 나서 노조와 갈등이 깊어졌다.
산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사실상 가시화된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은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금은 노사가 한 발씩 양보해 힘을 합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