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되면 편의점 가는 게 꺼려질 거 같아요.”
서울 구로동에서 만난 20대 남성 A씨는 “소주나 맥주 같은 제품들은 비닐봉지에 담지 않으면 들고 가기 불편하다”며 “종이봉투를 사용하면 찢어질 수도 있어 매우 불편해질 것 같다”라고 했다.
20대 B씨는 “그래도 환경을 생각하면 일회성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도 "막상 비닐봉지를 쓰지 못한다고 하니 좀 당황스럽다. "고 말했다.
다음달 24일부터 편의점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편의점과 제과점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시행에 따른 것이다. 식당·카페에서는 일회용 종이컵과 빨대, 야구장에서는 일회용 비닐 응원봉 사용이 금지된다.
이에 따라 편의점에서 사용 가능한 봉투는 순수한 종이 재질로 만든 종이봉투, 원지 종류·표면처리 방식 등을 명시한 단면 코팅 종이봉투, 다회용(부직포) 봉투, 종량제 봉투로 제한된다. 이전까지는 친환경비닐봉지 등을 유상으로 판매할 수 있었지만, 법률 시행 이후엔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판매 적발 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편의점 업체들은 비닐봉지 발주를 중단하고 있다. 규제 시행 전에 비닐봉지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서다. GS25는 지난 7월부터 비닐봉지 해당 내용을 점포에 공지했고 9월부터 발주를 중단했다. CU는 이달부터 발주를 중단했고 이마트24는 오는 28일부터 발주를 중단할 계획이다. 비닐봉지 재고가 소진됨에 따라 일부 점포에서 대체품을 사용할 계획이다.
점주와 아르바이트생 등 편의점 업계 종사자들은 시행규칙 대상 확대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비닐봉지가 유상판매로 바뀐 지가 언젠데 아직도 비닐봉지 가지고 화를 내는 손님들이 많다”며 “급작스럽게 바꾼다면 더 큰 갈등이 생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닐봉지 유상판매가 도입된 2019년, 비닐봉지 가격으로 설전을 벌이다 종업원을 살해하는 일까지 발생하는 등 시장에서는 적잖은 갈등을 겪었다.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현재 판매되는 일회용 비닐봉지의 가격은 20~100원인데 반해 대체용품인 종이봉투는 100~250원, 종량제 봉투(10~20L 기준)는 300~1000원으로 가격 차이가 크다.
서울 신도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우리가 돈 벌자고 하는 것도 아닌데 봉투 가격이 반강제적으로 올라간다”며 “봉투 가격이 손님들에게 부담이 될까 걱정된다”고 했다.
시행규칙 시행을 앞두고 시장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일부 매체 보도에 따르면 환경부는 시행 초기 계도기간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집행 관리 방식에 대해서도 다양한 방안을 열어두고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비닐봉투에 대한 지자체의 단속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혼선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