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미국 항공우주 업체인 보잉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칼훈 회장이 최근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을 잇따라 만난 것으로 전해지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칼훈 회장은 지난 3일 한국에 도착해 4일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을 각각 만났다. 6일에는 김동관 부회장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칼훈 회장은 2020년 보잉 CEO에 취임한 후 처음으로 방한했다. 그는 정의선 회장, 김동관 부회장과 만나 도심항공 모빌리티(UAM)와 관련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은 UAM 상용화를 목표로 기체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재용 회장과는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명확히 전해지지 않았다. 지난 4일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재판이 열린 날로 이 회장은 이날 오전 법정에 출석했다.
이 회장과 칼훈 회장 간 회동은 재판이 끝난 오후에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측은 칼훈 회장과 회동했는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UAM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보잉으로서는 삼성과 협력할 여지가 충분하다. 이 회장과 칼훈 회장이 독대를 했고, 두 사람이 신사업에 관해 상당한 수준으로 논의했다고만 전해진다.
삼성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별로 통신, 배터리,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UAM 기업과 손발을 맞출 수 있다. 삼성전자는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를 세계 여러 통신사에 공급하고 있고 차세대 6G 통신 기술도 개발 중이다.
삼성SDI는 UAM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삼성디스플레이는 UAM 기체 내부 디스플레이를 각각 공급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2016년 인수한 '하만'은 오디오를 중심으로 차량 전장 부품을 생산한다.
전기차와 UAM 기체는 기계적·기술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많아 삼성의 UAM 분야 진출이 얼마든 가능하다. 현대차뿐 아니라 토요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피아트 크라이슬러(FCA)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UAM 사업을 서두르는 이유다.
물론 삼성이 UAM 기체를 직접 만들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 보잉과 'UAM 동맹'이 성사된다면 보잉이 개발·생산하는 기체에 삼성 배터리·통신·전장 부품을 사용할 수 있다. 보잉은 한국 기업이 강점을 지닌 전자, 스마트공장, 정보기술(IT) 분야에 관심을 가져 왔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과 보잉이 조만간 UAM을 비롯한 신사업 협업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