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2023년 계묘년(癸卯年)을 맞아 산업계 토끼띠 최고경영자(CEO)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들이 지혜와 풍요를 상징하는 ‘검은 토끼’와 같은 리더십으로 한 해를 이끌 수 있을지 기대된다.
31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토끼띠 CEO는 1939년생 2명, 1951년생 4명, 1963년생 56명, 1975년생 5명으로 총 67명이다. 주요 CEO 가운데 토끼띠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구본준 LX그룹 회장 △권오갑 HD현대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이다.
토끼는 십이지(十二支) 동물 중 하나로 지혜와 영리함을, 검정은 다산과 풍요를 의미한다. 검은 토끼는 위기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기업 성장을 이끄는 CEO 이미지와 들어맞는다.
반도체 ‘투 톱(TOP)’인 경계현 사장과 박정호 부회장은 모두 1963년생으로 가장 주목되는 토끼띠 CEO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반도체 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이들이 미래를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할지 관심이 모인다.
경 사장은 최근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유임돼 DS부문장 자리를 지켰다. 지난 22일 경 사장은 주요 경영진과 임원을 한데 모아 삼성전자 실적 부진 대응 논의를 위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기술 초격차 전략 달성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박 부회장은 반도체 시장 내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이 6000억원 적자로 전망됐다. SK하이닉스는 저수익 제품 위주로 반도체 감산 계획을 공식화한 데 이어 박 부회장 주도로 경영 효율화 작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구본준 LX그룹 회장과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1951년생으로 연륜 있는 리더십을 선보일지 주목된다. 구 회장은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지난해 LG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를 추진해 최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승계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구 회장의 장남 구형모 전무가 그룹 싱크탱크인 LX MDI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신사업 발굴과 각종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LX그룹은 최근 LX세미콘, LX하우시스, LX인터내셔널 등 3곳에 ESG(환경·사화·지배구조) 위원회를 설치하면서 ESG 경영도 본격화하고 있다.
권오갑 회장은 지난 26일 ‘50주년 비전 선포식’에서 기존 ‘현대중공업’에서 ‘HD현대’로 사명을 개정하고 역동성과 미래 지향성을 담은 혁신을 강조했다. 이날 권 회장은 “과거 50년이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영광의 역사였다면 미래 50년은 기술과 환경, 디지털이 융합된 혁신과 창조의 역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피’ 토끼띠 CEO도 있다. 1976년 1월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음력 생일(1975년 12월)을 챙겨 토끼띠다.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 M&A(인수합병)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재 중국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승인한 가운데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필수 신고국가 3개국 승인을 앞두고 있다.
앞서 조 회장은 강력한 합병 의지를 내비쳐 왔다. 연내 합병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해외 경쟁당국 승인 절차가 예상보다 길어져 내년에 완료될 것으로 관측된다. 조 회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대한항공 수요 회복 주력에도 앞장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