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영욕의 '쌍용자동차' 시대가 2022년 말로 종식됐다. 90년대 초반 '무쏘'와 '코란도' 등 전설로 통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잇따라 출시하며 전성기를 누렸지만, 2000년대 이후 경영난과 함께 주인이 자주 바뀌면서 오랜 고난의 세월을 겪었다. 지난해 쌍용차를 인수한 KG그룹의 곽재선 회장은 결국 1986년 이후 35년 간 지켜온 쌍용차 사명을 'KG모빌리티'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오는 3월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사명을 KG모빌리티로 변경할 예정이다. 곽 회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오래 고민한 끝에 쌍용차 사명을 KG모빌리티로 바꾸기로 했다"며 "앞으로 출시하는 차량을 KG모빌리티라는 이름을 붙여 세상에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사명 변경 소식이 알려진 후 업계에선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사명 변경을 찬성하는 쪽에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부실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있는 쌍용차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사명 변경을 반대하는 쪽에선 자동차와 전혀 상관없는 회사였던 'KG'가 '쌍용차'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쌍용차 이름 자체가 'SUV 명가'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이렇듯 설왕설래는 있지만 곽 회장이 결단을 내린 만큼 앞으로 KG모빌리티가 새롭게 만들어갈 비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KG모빌리티 앞에 놓인 과제는 명확하다. 바로 '전동화' 성공 여부다.
2020년대 들어 자동차 업계의 최대 화두는 '전기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쌍용차는 2021년 첫 번째 전기차인 '코란도 이모션'을 선보였지만 부품 수급 문제로 차량을 제대로 판매하지 못했다. 반면 국내 1위 완성차 업체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 2030년께 연 32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전기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전기차 분야 '퍼스트무버(선도자)'로 불릴 정도로 전동화에 성공했다.
곽 회장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토레스' 미디어 쇼케이스에 참석해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고, 쌍용차는 아직 국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가 큰 형님이라면 쌍용차는 이를 쫓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현대차의 전동화 전략을 따라가겠다고 암시한 대목으로 읽힌다.
실제 곽 회장은 지난해 8월 쌍용차 최종 인수가 결정된 직후 "전동화 전략은 이미 시작됐다"며 "내년에 전기차가 나올 것이고 전기차 플랫폼 출시도 이른 시일 내에 준비해서 (전동화 전략 실행을) 차곡차곡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곽 회장은 전기차 개발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현재 올해 여름 출시를 목표로 토레스 전기차 모델 'U100(프로젝트명)' 개발에 한창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동화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곽재선 회장에 달렸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적극적인 투자에 대한 의지를 보여줘야 할 때"라며 "KG모빌리티가 쌍용차의 'SUV 명가' 지위를 이어받아 '전기 SUV 명가'로 새롭게 태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