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완성차 업체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기아)은 친환경 시대를 맞아 글로벌 '대세'로 자리 잡은 전동화 분야에서 '퍼스트무버(선도자)'로 도약했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역대 두 번째 최다 판매를 기록하며 2년 연속 5위 자리를 수성하는데 성공했다. 일본의 자존심 도요타와의 격차마저 역대 최소 수준으로 줄였다.
반면 현대차그룹이 영광의 시간을 보낼 동안 르노코리아자동차·쌍용자동차·한국지엠 등 이른바 국내 중견 완성차 업체 3사로 불리는 '르쌍쉐'의 존재감은 희미했다.
긴말할 것 없이 지난해 내수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르쌍쉐의 암울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 41.3%와 기아 32.4% 점유율을 합하면 73.7%에 달한다. 반면 르쌍쉐의 점유율은 모두 합쳐도 10%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 흥행에 성공한 쌍용차가 4.1%로 선전했고 르노코리아는 3.2%, 한국지엠은 2.2%에 머물렀다. 수출이 소폭 증가하며 3사 모두 2021년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한 부분에서 위안을 삼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경쟁자 없는 '독주'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실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회에서 "물은 고이면 썩는다"며 끊임없는 '변화'를 강조했다. 정 회장이 이 같은 발언을 한 이유는 명확하다. 국내에는 경쟁 업체가 전무해 이변이 없는 한 매년 1위를 기록하는 만큼 새해를 맞아 직원들에게 긴장감을 심어주기 위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독일, 일본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독주하는 업체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은 GM(제너럴모터스)과 포드가 매년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한 1위 경쟁을 펼치고 있고, 독일 역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1위 자리를 주고받고 있다. 일본은 도요타가 강세를 보이지만 혼다와의 격차가 크진 않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지금까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잘 통하는 현대차그룹을 발판 삼아 매년 성장을 거듭해 왔지만, 장기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을 위협할만한 경쟁 상대가 나타나지 않으면 발전이 더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르쌍쉐는 '어차피 안 돼'라는 생각보단 '하면 된다'는 희망으로 현대차그룹 추격에 힘을 실어야 한다. 독주는 언젠가는 탈이 난다. 르쌍쉐가 살아나지 않으면 한국 자동차 시장의 미래도 불투명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