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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터질 게 터졌다" 저축은행 대출 조작 싱크홀…모집인制 감시망, 빈틈 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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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집중점검] ​"터질 게 터졌다" 저축은행 대출 조작 싱크홀…모집인制 감시망, 빈틈 투성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신병근 기자·이석훈 수습기자
2023-01-19 06:00:00

"회사별 중간점검 안한 탓" 동종업계도 쓴소리

대출용도 증빙 위·변조 수두룩…사후관리 미흡

당국 "개별 심사 소홀…불법모집인 검찰 고발"

저축은행 조작대출 뇌관이 된 모집인제도를 놓고 논란이 확산 중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저축은행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그간 저축은행업계 암묵적 관행이 아슬아슬하게 법망을 피했을 뿐 언젠가는 터질 것이라고 봤어요. 이번에 상위 업체들만 적발됐는데 빙산의 일각이 아닐까 우려스럽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회사 임원은 제2금융권 대출모집인제를 가리켜 이같이 지적했다. 서류 조작 등으로 1조원대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실행한 대형 저축은행들 비위가 잇따르면서 동종업계조차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대출모집인에 대다수 의존하는 저축은행업 특성상 여신 심사 과정부터 구멍이 뚫린 데다 주먹구구식 사후점검 실태가 드러나면서다. 

◆모집인제 도입 17년만에 '조'단위 대출 조작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18일 최근 감독 부서로부터 보고 받은 5개 저축은행(SBI·OK·페퍼·애큐온·OSB) 대출모집인 실태와 대환 업무를 둘러싼 미흡한 확인 절차 등을 지목해 "기관 제재 수위를 최종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동시에 이들 저축은행으로부터 위탁받아 대출을 취급한 모집인 등에 관해서는 사무서 위·변조 혐의 등을 적용해 수사기관에 고발할 건수도 취합 중이다.

금감원이 검찰에 수사 의뢰할 대출모집인과 연관된 저축은행은 순이익 기준 업계 1위(SBI), 2위(OK)는 물론 사업자 주담대 잔액 기준 상위 5개사에 해당한다. 현재까지 대출모집인으로 공식 등록된 법인 수는 254개, 해당 법인 소속 모집인은 1600명에 이른다. 법인 소속은 아니지만 개인으로 대출 모집 활동을 벌이는 자도 610명으로 집계된다.

이들 대출모집인 모두가 서류조작 대출에 관여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모집인 제도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는 점은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출모집인제가 2006년 국내 첫 도입된 이래 '조' 단위 조작 대출이 수면 위로 부상하자 숨어있던 유사 범죄도 세간에 드러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대출모집인은 저축은행과 모집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인터넷 등 온라인 대출을 포함한 신청 상담, 신청서 접수와 전달 등 금융사가 위탁한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과 대출상담사를 통칭한다. 모집인 수익은 저축은행과 체결된 대출 계약 액수에 비례하는데, 저축은행이 대출로 거둔 자산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지급하는 구조다.

모집인이 취할 수 있는 법정 수수료율은 3%로, 금융사별 수수료 규모는 영업기밀에 붙이고 있다. 당국과 업계는 저축은행 여신 영업에서 대출 모집인 업무가 사실상 비(非)규제 영역이었던 점에 주목한다. 

결정적으로 정부가 2019년~2021년 부동산 급등기에 가계대출을 역대급으로 옥죄면서 대표적인 주담대 규제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에 저축은행권 사업자 주담대를 빼놓은 것이 조작대출의 단초가 됐다. 수익에 목을 멘 저축은행들은 사업자 주담대에 관심을 돌렸고 대출 모집인을 대거 영입하면서 관리·감독 시스템에도 누수가 발생했다.

이를 주시한 금감원은 작년 상반기 저축은행권 정기 검사 중, 복수의 대출 모집인 서류 조작 정황을 포착해 반년에 걸쳐 집중 검사했다. 대출 모집인이 짜고 친 이른바 '작업대출' 조직은 LTV 등에 묶여 대출이 어려운 금융소비자를 범행 대상으로 삼고,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위·변조한 수법을 주로 쓴 것으로 밝혀졌다. 

대출모집인은 이자 납입에 쫓겨 돈이 급한 차주의 기존 가계 주담대를 선(先)상환 하는 대신, 계약을 맺은 저축은행에서 사업자 대출을 받아 본인 자금을 갚고, 이 과정에서 대출금 용도 증빙을 손쉽게 바꿔치기를 해 왔다.  

◆부실 심사 도마위…중간 관리, 사후 점검도 '숭숭'

특히 가계대출을 사업자대출로 대환하는 방식에서 대부업체를 낀 주담대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당국 규정 등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사업자금 용도가 아닌 대부업 대출을 대환 취급 시 최초에 자금용도 확인을 거쳐야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끊이질 않았다.

또 자체 대출 심사 관리·감독 의무를 져야 하는 저축은행은 돈을 빌린 차주가 실제 사업을 영위하는 자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모집수수료에 혈안이 된 대출 모집인은 가계 주담대 보다 1.5%포인트가량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자 대출 모집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용도 외 유용 사후 증빙서류의 진위 여부에 관한 사후점검 업무도 미흡했다"며 "사후 점검 차원의 전문 인력 배치 등 내부통제도 미비했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자 당국은 저축은행중앙회와 공동으로 사업자 대출 제출서류 진위를 확인하는 절차를 강화하고 사후 관리 시스템을 정비하는데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업계 내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차주의 사업 행위 여부를 확인하는 게 어렵지도 않은데 이익에 눈이 어두워 자체 현장 점검에 손을 놓은 회사가 수두룩하다"며 "막무가내 대출 실적만 높이려는 곳이 많았고 이참에 내부통제 가이드를 싹 뜯어고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가장 최근 집계된 작년 3분기말 현재 국내 79개 저축은행이 취급한 사업자 주담대 규모는 13조7000억원으로, 전체 총여신의 12%에 육박한다. 부동산 가격이 들썩였던 2019년 말 사업자 주담대는 5조7000억원으로 3년 사이 140%(8조원)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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