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15%로 높이는 법안을 내놨지만 국회 의석 수 169석을 보유한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반대에 부딪혀 무산 위기에 놓였다.
여기에 국회 첨단전략산업특별위원회(반도체특위) 위원으로 반도체 전문가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아닌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비교섭단체 몫을 차지하면서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며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는 가운데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오히려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6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회가 조세제한특례법 개정안(반도체특별법)을 하루라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무협)는 전날(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최근 수출 부진 원인 진단과 대응 방향'을 발표하며 반도체 산업 지원 강화를 촉구했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수출 효자 품목이지만 지난해 하반기(7~12월) 들어 수요가 감소하며 수출 실적이 급격히 나빠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2021년) 같은 달과 비교해 44.5% 줄었다. 1월 무역수지는 126억5100만 달러(약 16조2400억원)에 이르는데 반도체 수출 감소가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정만기 무협 부회장은 "최근 수출 부진은 주요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한국이 더 부진하다"며 "수출 회복과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반도체특별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시설 투자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내용이 골자다. 대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각각 세액공제율을 상향한다. 지난해 말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대기업 기준 세액공제율을 6%에서 8%로 높였지만 공제율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가 새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최근 반도체특별법 개정안 심의에 들어갔다. 야당 의원들은 반도체 산업 지원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법 개정에는 반대했다. 대기업에 과도하게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법안 논의 때와 같은 주장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반도체특별법에 반대 의사를 표하는 동안 반도체특위는 구성 단계부터 파행으로 치달았다. 특위에서 배제된 양 의원은 삼성전자 출신으로 반도체 설계 관련 업무를 해온 전문가다. 고졸 사원으로 입사해 상무까지 오르며 실력을 입증했다. 양 의원은 특위에 신청서를 냈으나 김진표 국회의장은 민 의원을 택했다.
민주당 출신인 민 의원은 반도체와 별 관련이 없는 데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적극적으로 찬성한 인물이다. 김 의장은 국회의장에 오르기 전까지 민주당 소속이었다. 이에 대해 정치적 의도는 없다는 설명이지만 팔이 안으로 굽은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