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양향자 무소속 의원 주최로 열린 '국회 글로벌 혁신 연구포럼'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반도체 성장에 가장 필요한 것은 젊은 인재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임 전 사장은 "1977년 PC(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반도체 산업 기폭제가 됐고 반도체 기술이 점차 고도화되면서 디지털 전자, 스마트폰 등 새로운 정보 산업 패러다임이 생겨났다"며 "반도체 성능이 매 15년마다 250배에서 1000배 가까이 성장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모빌리티 기술 혁명은 이미 시작됐고 반도체가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치면서 인공지능(AI), 자율주행에서도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임 전 사장은 "기업 '힘의 원천'은 기술"이라며 TSMC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기술을 더 깊이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기반은 다 반도체에서 시작된다"며 "반도체 산업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유리하다"고도 덧붙였다.
임 전 사장은 반도체 산업으로 인재 유입이 이루어지지 않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20명이 1000명 짜리 팀을 이끌고 가듯이 반도체 산업도 마찬가지로 기술의 줄기를 이끄는 사람이 중요하다"며 "정부와 학교에서 반도체 전문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으니 파운드리를 깊이 연구할 만한 인재가 다 플랫폼, 의학계로 빠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면 정부 지원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임 전 사장은 현재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기술을 '대세 기술'이라고 정의하면서 "대세 기술이 아닌 곳에 젊은 인재를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금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은 10년, 20년 전 인재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고 훗날을 대비해 인재 확보에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강연을 맡은 임 전 사장은 1976년 삼성 반도체(현 삼성전자 DS부문)에 입사해 메모리 반도체 신화를 이끈 주역이다. 2010년 자리에서 물러나기까지 30년 넘게 반도체 분야에 매진하며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한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된다.
양 의원은 지난해 8월 'K-칩스법(반도체 특별법)'으로 알려진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반도체 산업 육성 지원을 위한 산업단지 조성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인력 양성 등 내용을 담았다. 지난달 19일 정부 발의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됐지만 2월 임시국회 들어서는 논의가 시작되지 않는 등 계류 중이다.